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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과 함께 하는 문화재여야 생명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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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신문 작성일18-01-17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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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서부 라자스탄주의 타르사막에 있는 오아시스 도시 자이살메르에는 거대한 위용을 자랑하는 자이살메르 포트가 있다. 이 성은 중세 라지푸트가 살았던 실제의 성으로 자인교 사원과 당대 귀족들의 가옥이 고스란히 보존돼 있다. 그래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그러나 이 성 안에는 현지인들이 살고 있다.
 오래된 건축물에 조상 대대로 삶을 영위하고 있는 것이다. 더러는 성을 개조해 여행자들의 숙소로 활용하기도 하고 식당이나 기념품 가게를 열어놓기도 했다. 우리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문화재에 대한 인식은 각각의 입장에 따라 다르다. 원형 그대로 보존하기 위해 일체의 간섭이 없어야 한다고 하는가 하면,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활용해 문화재에 활력을 불어넣는 자원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기도 하다.
 어느 것이 옳다고 말하지는 못한다. 각기 다른 특성을 가진 문화재의 사정에 따라 달리 적용돼야 할 문제다. 그러나 우리나라 문화재 활용 방법은 지나치게 권위적이고 폐쇄적이다. 우리 문화재가 주로 목조문화재인 까닭이 있기도 하지만 비워 놓으면 오히려 쇠락이 가속화되는 것이 목조 건축물의 특징이기도 하다. 사람이 살면서 쓸고 닦아야 오래 간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최근 문화재청은 문화재를 적극 활용하는 방안을 권장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경주 동궁과 월지에서 펼쳐지는 콘서트와 봉황대 콘서트다. 사람들은 문화재 안에서 펼쳐지는 공연을 즐기며 문화재와 가까워진다. 그래서 문화재의 소중함을 느끼고 보존에 대한 다짐도 하게 된다. 서양 문화 선진국에서 이 같은 예를 찾는 것은 부지기수다.이 같은 상황에서 문화재청 소속 문화재위원회나 사적분과위원회의 폐쇄적인 심사기준은 시대에 동떨어졌다고도 할 수 있다.
 물론 그들의 고민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도처에 문화재에 묻혀 살아가는 경주시민들에게는 그들의 판단이 지나친 족쇄가 될 수 있다. 화백회의 상징물을 도당산 화백공원에 세우는 것을 부결한 사적분과위원회의 편협한 결정이 바로 그 상징적인 예다.서울의 궁궐을 둘러싼 담장을 허물어 시민들과 궁궐이 자연스럽게 소통하도록 해야 한다는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박영선 의원의 생각을 곰곰이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신라 천년의 문화유적이 시민과 국민, 전 세계인들의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공존하면서 보존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다. 철문을 내걸고 담장을 높이는 폐쇄적 보존방안은 시대에 뒤떨어진다.
경북신문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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