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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병원, 화재시 환자 대피 속수무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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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신문 작성일18-01-28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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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밀양 세종병원에서 화재가 발생해 28일 오전 현재 38명이 숨지고 151명이 중경상을 입는 등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번에 발생한 병원화재현장에서도 문제점이 한두 가지가 아닌 것으로 밝혀지고 있어 시민들과 특히 입원중인 환자들이 불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형병원에서의 화재는 타 용도의 건물에서와는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다. 바로 환자들의 거동이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이다. 일반병실에 입원 중인 환자들 가운데서도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이 많기도 하지만 특히 중환자실에 입원중인 환자들의 경우 인공호흡기를 꽂아 놓고 있거나, 손목과 발목을 묶어 놓는 경우가 많고 또 인공신장실에서 투석을 받는 환자들의 경우에도 꼬박 4시간 동안 투석기와 혈관을 연결하는 대형 바늘을 꽂고 있는 경우가 많아 거동이 자유롭지 못하다.
 포항지역 대형병원들의 경우 대부분은 20~60병상의 중환자실을 운영하고 있고, 그 위치는 2층 이상, 지상3층~ 5층에 설치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침상에서 누워 치료를 받고 있는 치료특성상 화재 발생 시 침상 째 이동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신속한 대피는 엄두도 못 내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병원 내 유일한 대피 통로인 엘리베이터 승강기의 경우 화재 시에는 작동하지 않을 확률이 높고, 작동한다 해도 공간 제약으로 1회 운행에 1개의 침상밖에 실을 수 없는 구조로 돼 있어 신속한 대피는 그야말로 말뿐이다.
 인공신장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화재발생시 환자마다 혈관과 연결된 호스와 바늘을 제거하고 긴급지혈을 시키려면 적어도 5,6분 정도가 소요되는데 1인당 5,6명의 투석중인 환자를 대피시키기 위해서는 적어도 30,40분이 소요돼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밀양세종병원과 대구신라병원 화재에서 볼 수 있듯이 보건당국과 대형병원들은 이제부터라도 병원건물의 소방시설 강화는 물론 주요 진료실과 치료실의 위치를 재조정해야 한다. 대부분 2층 이상에 위치한 중환자실을 1층으로 배치하고 인공신장실의 경우도 별도 단층건물이나 건물의 1층에 배치해 화재나 지진 발생 시 신속한 대피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병원 내 1층에 매점이나 약국, 검사실 등을 구태여 배치할 필요가 있는지, 관행처럼 배치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환자의 안전보다 수익을 더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특히 보건당국은 병원을 대상으로 하는 안전평가나 운영평가에 이같은 안전조치들을 진단 항목에 넣어 '평가를 위한 평가'에 그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병원에서 만큼은 안전이 후순위로 밀리는, 주객이 전도되는 상황을 연출하지 말아야 한다.
경북신문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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