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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고발, 우리 사회 정화 계기 삼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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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신문 작성일18-02-07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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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검사의 성추행 폭로에 이어 문단의 중견 여류시인의 커밍아웃이 불거져 우리 사회는 온통 성범죄에 대한 논란의 용광로 속에 빠진 기분이다. 선진 국가로 성장해 나가는 성장통이라고 여기며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기에는 그동안 누적돼 온 병폐가 심각한 수준이다. 공직사회, 그것도 범죄 집단을 징치하는 검찰 내부에서 일어났던 일이 세상으로 드러나 평온하게 넘어갈 일은 아닌 것 같다.
 검찰에서의 문제는 조직 내부에서 본격적인 진상조사를 시작했으니 기다려 봐야 할 일이다. 단순한 성범죄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적으로 2차 피해까지 발생했다는 점이 더 큰 문제라는 관점은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피해자들도 바로 그런 점을 주목해 달라고 주문하고 있다. 남성 권위주의적 사회에서 파생된 일체의 잘못된 관행들은 이즈음에서 청산돼야 한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볼썽사나운 일들이 버젓이 발생했던가.
 문제는 문단을 포함한 예술계의 문제다. 지난 해 모 소설가의 소행이 밝혀져 사회적 파장이 컸었다. 그 때 예술계의 오점을 깨끗하게 씻어내야 옳았다. 그러나 당시에는 한 개인의 일탈로 덮어버렸고 누적됐던 예술계의 문제는 더 이상 들춰지지 않았다. 그러나 예술계에 몸을 담은 구성원 대부분이 잘 알고 있듯이 예술가들의 성적 농담과 행위들은 노골적이었다. 여류시인의 고발이 아니더라도 양식이 있는 예술계 종사자들이라면 이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느끼고 있었을 것이다.
 더구나 여류시인이 상징적으로 표현한 시 '괴물'에 등장하는 'En'이 우리나라 대표 원로시인을 지칭하고 있다니 경악할 일이다. 시인은 명확한 답변을 피해갔지만 이미 국민 대다수는 'En'이 누군지 알고 있다. 그리고 그 원로는 자신의 입으로 "30여 년 전 어느 출판사 송년회였던 것 같은데, 여러 문인들이 같이 있는 공개된 자리였고, 술 먹고 격려도 하느라 손목도 잡고 했던 것 같다"며 "그럴 의도는 없었지만, 오늘날에 비추어 성희롱으로 규정된다면 잘못했다고 생각하고 뉘우친다"고 이야기했으니 빼도박도 못할 일이 되고 말았다.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서 정화돼야 할 일이 이제 본격적으로 공론화 되고 있다. 여기에 어느 누구도 발을 빼서는 안 된다. 거센 파도가 일어 바다를 뒤집어야 그 바다의 생태계가 건강해질 수 있다. 우리 사회 모든 곳에서 과거의 이 추잡한 역사는 정리돼야 한다. 그리고 다시는 되풀이 돼서는 안 된다.
경북신문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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