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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운동의 본질을 왜곡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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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신문 작성일18-03-11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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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황석영씨는 "한 작가의 작품은 그 작가의 인생관과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고 삶의 여정을 그대로 드러낸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오래된 말이지만 지금에 와서의 그 말은 큰 울림으로 온다. 우리 사회 전반에 미투운동이 불길처럼 번지면서 한 인물의 발언과 겉으로 드러냈던 행동들이 그 이면의 비도덕적 행위와 상치되면서 국민들이 '철저하게 속았다'는 기분에 빠져드는 것은 바로 황씨의 발언에 모든 국민들이 동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대표 시인이었던 고은과 연극연출가 이윤택, 그리고 사진작가 배병우의 성추행, 혹은 성폭력 행위가 드러나면서 우리나라 예술계 전반이 흔들리고 있다. 그들의 작품과 그들에 대해 언급한 부분들을 교과서에서 들어내고 박물관이나 전시장에 걸렸던 것들을 떼어내고 있다. 우리 주변에서 그들의 흔적을 지운다고 문화예술계에서 저질러졌던 그동안의 관행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국민들이 그동안 그들의 표리부동함에 속았던 억울함을 조금이라도 위로하려면 그 정도로는 모자랄 성싶다.
 연예계의 미투운동은 조민기의 자살로 충격에 휩싸였다. 조씨의 죽음은 미투운동 전반에 대한 치열한 찬반논란을 일으켰다. 무절제한 미투가 마녀사냥으로 이어져 사회적 불안을 야기한다는 주장과 조씨의 죽음으로 사회정화의 불씨를 살린 모멘텀을 뒤엎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혼재한다. 대중의 관심과 인기로 살아가는 연예인의 극단적인 선택은 미투운동의 질주를 멈칫하게 한 것만은 부정할 수 없다.
 문화예술계뿐만 아니라 정치권의 혼란은 극에 이른다. 안희정이라는 정의와 민주주의의 상징적 인물이 그 이면에 위계에 의한 성폭력을 저지른 사건과 아직 정확한 팩트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청와대 대변인 출신인 박수현, 팟캐스트에서 인기를 얻으며 서울시장 선거에 뛰어들었던 정봉주 전 의원, 여당의 중견 국회의원이었던 민병두 의원의 의혹은 미투운동에 성역이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과연 올해초부터 터져나온 미투운동은 우리 사회의 모습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 궁금하다. 분명한 것은 우리 사회에서 추악하고 이중적인 모습이 사라져야 한다는 점이고, 더욱 확실한 것은 잘못을 저지르고도 아무른 반성 없이 사회 지도자로 행세하는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미투운동은 그러므로 단순한 젠더투쟁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가 정의롭고 도덕적인 틀을 갖추는데 기여하는 국민운동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점을 동의한다.
경북신문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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