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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폐청산 여기서 멈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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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신문 작성일18-03-20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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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가운데 법원은 이르면 이번 주 중으로 구속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우리는 전직 대통령 중 5명이 검찰의 포토라인에 섰고 그 중 4명이 구속 영장이 청구되는 불행한 현대사를 겪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이 검찰에 출두하면서 남긴 말 가운데 "전직 대통령으로서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습니다만 말을 아껴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하고 있습니다. 다만 바라는데 역사에서 이번 일로 마지막이 되었으면 합니다"라고 말하면서 자신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정치보복'이라는 점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그가 말한 '정치보복'에 대해 정부는 '적폐청산'이라는 점을 분명히 함으로써 두 가지 개념에 대한 혼동을 막으려 하고 있다. 야권에서는 이 전 대통령의 주장대로 정치보복이라는 프레임을 계속 밀어붙이고 있고 진보 진영에서는 반드시 청산돼야 할 적폐에 대한 청산의 과정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적폐청산 작업을 이 전 대통령 말대로 이번 일로 마감해야 할 것인지 완전히 뿌리를 뽑아야 할 것인지에 대한 견해도 극명하게 갈린다. 모두가 더 이상의 적폐가 드러나지 않기를 바란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일부는 그동안 우리 사회에 가득한 적폐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계속 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고 있고 다른 한쪽에서는 이명박에 대한 검찰의 수사로 완전히 끝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어느 쪽이 옳은 주장인지에 대해서는 워낙 양쪽의 주장이 선명해 쉽게 판단하기 어려운 형국이다.
 그러나 이명박 전 대통령이 검찰 조사에서 모든 혐의를 부정했다는 점은 과연 이대로 적폐청산을 끝내야 하는가에 대한 판단을 머뭇거리게 만든다. 불과 얼마 전 기자회견에서 "모든 책임은 최종적으로 나에게 있으니 나에게 물어달라"고 했던 말을 스스로 부정한 것이다. 이 전 대통령이 자신의 혐의를 모두 부정한다는 것은 결국 횡령과 뇌물, 직권남용 등의 결코 가볍지 않은 죄목들을 그를 따르고 보필했던 사람들에게 떠넘기려 한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었던 사람이 명백하게 드러난 증거에 대해서도 "난 몰랐다. 조작됐다"라는 진술로 일관하고 있는 시점에서 과연 적폐청산이 제대로 이뤄졌는지는 곰곰이 따져볼 일이다. 이명박이라는 사람에 국한해 적폐를 마무리 짓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해서도 살펴봐야 한다. 철저하게 자신의 혐의를 부정하는 사람에게 적폐의 마침표를 찍을 수는 없고 더 치밀하게 들여다보고 따져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경북신문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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