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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7시간` 기가 막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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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신문 작성일18-03-29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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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7시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행적에 대한 판도라 상자가 열렸다. 물론 완벽한 재구성은 아니지만 검찰이 그동안 관련 참고인들의 진술을 토대로 밝힌 사실이다. 놀라운 사실은 박 전 대통령에게 세월호가 침몰하고 있다는 사실이 보고된 시간은 오전 10시20분쯤이었다는 것이다. 이 시간은 '골든타임'인 오전 10시17분이 지난 시점이었다. 이후 박 전 대통령이 '세월호 7시간' 동안 한 일은 두어 차례 전화통화 후 최순실, 문고리 3인방과 5인 회의를 열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방문을 결정하고 나서 외출용 화장과 머리 손질을 한 것이 전부였다.
 그동안 십여차례 문서로 상황을 보고받았고 수시로 유선전화를 통해 대처 방안을 지시했다고 했던 박 전 대통령의 말은 모두 거짓으로 드러났다. 청와대 국가안보실 산하 위기관리센터는 오전 9시19분 언론사 속보로 세월호 참사 발생을 처음 알았다고 한다. 보고체계가 그렇게 허술했다.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은 오전 10시쯤 박 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 안봉근 전 실장이 관저 침실에 가서 박 전 대통령을 깨워 보고한 시각이 10시 20분이었다. 전화를 받지 않고 안 전 실장이 침실 앞에서 소리내어 2번 대통령을 불러 인기척을 냈다고 하니 그때까지 잠에 들어있었다고 짐작해도 크게 틀리지 않다.
 그 보고를 받고도 곧바로 중대본으로 뛰쳐가지 않았다. 'A급 보안손님'인 최순실이 오후 2시15분쯤 대통령 관저에 들어오고서야 움직였다. 5인 회의에서 중대본 방문을 결정했고 오후 3시22분 박 전 대통령의 화장과 머리 손질을 담당하는 정송주·매주 자매가 긴급히 청와대로 호출돼 대통령의 외출 준비를 도왔다. 박 전 대통령은 오후 4시33분쯤 관저를 출발해 오후 5시15분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함께 중대본에 도착했다. 박 전 대통령은 중대본에서 "구조에 총력을 다하라"는 지시를 한 후 오후 6시 다시 청와대 관저로 복귀했다. 이후 외출은 없었다. 점심과 저녁 식사 때 그릇을 깨끗하게 비웠다는 진술은 지난해 이미 나온 상태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꽃다운 청소년들이 바다에 빠져 사경을 헤맬 때 잠에 들어 있었고, 그 소식을 접하고도 7시간을 관저에 머물렀다는 사실을 최종적으로 확인하고 나서 국민들이 느낄 허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지방자치단체의 공직자들도 중대 재해가 발생하면 곧바로 현장에 달려가 수습에 전력을 다하는 데 일국의 대통령이라는 사람의 행태로는 도저히 짐작조차 할 수 없는 짓을 저질렀다. 백번 양보해 10시 20분에 첫 보고를 받았다면 맨발로 중대본에 뛰쳐 갔어야 옳았다. 그런데 머리손질, 화장까지 고치고 오후 5시 15분에 나타난 사실은 참으로 기가 막힐 노릇이다. 국정 책임자가 했던 그날의 있을 수 없는 행동이 우리 역사에 되풀이 돼서는 결코 안 된다.
경북신문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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