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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이 사라지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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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신문 작성일18-04-17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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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오너 일가의 '갑질'이 비등점을 넘은 것 같다. 그동안 재벌 오너 일가의 '갑질'은 공공연하게 자행됐지만 불이익 등을 우려해 '을'들이 침묵해 오다가 더 이상 숨기기 않고 공개하기에 이른 것이다. 대한항공에서 근무하다가 퇴사한 한 직원은 이 같은 현상에 대해 "마치 물이 끓듯이 어떤 점에 다다른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조현민 전무가 고성을 지르는 음성파일이 공개됐을 때 직원들은 놀라지 않았다고 한다. 대한항공 직원이라면 조 회장 일가가 항상 그래 왔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란다. 퇴직한 직원은 조 전무의 고성은 사내에서 흔한 일이고 고성을 지르기 시작하면 조 전무 집무실이 있는 6층 전체가 고요해진다고 했다. 그리고 키보드 소리만 탁탁탁 나고 메신저를 통해 '오늘은 무슨 일로 그러는 거냐', '오늘 깨지는 사람은 누구냐', '오늘 저기압이니까 조심해라'는 등의 이야기를 주고받는다고 했다.
 더 놀라운 것은 총수 일가가 비행기를 타는 날이면 온 부서가 비상이 걸리고 탑승객이 탑승하고 있는데 지점장을 세워놓고 소리를 지르는 등 총수 일가의 안하무인격 행동이 자주 있는 일이었다는 것이다. 조양호 회장이 비행기를 타면 혹시 지연이라도 될까봐 비행 중인 기장에게 계속 메시지를 보낸다고도 했다. 기장은 비행 중에 메시지 수신하느라 정상적인 비행에 지장을 받을 정도로 과도하다고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다니 이건 위험천만한 일이다. 총수의 심기를 거슬리게 하지 않기 위해 수백명 탑승객의 안전을 무시한 처사다.
 '갑질'이라는 단어가 대한항공 오너 일가의 문제로 서구 언론에 등장했다고 한다. 그리고 '갑질'이라는 단어에 대한 설명도 달았다고 한다. 과거 '재벌'이라는 단어가 우리나라에서만 통용되다가 서양 언론에 의해 소개되면서 자세한 주석을 단 것과 같은 상황이다. 한 재벌의 오너 일가가 대한민국의 국격을 떨어뜨리는 짓을 한 것이다. 그 결과 국민들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대한항공의 사명에 '대한'이라는 말을 빼 달라는 청원을 하기에 이르렀다.
 이제 우리 사회에서 '갑질'은 발붙일 곳이 없다. 아직도 그런 일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면 시대적 착오다. 우리 사회가 성숙해지고 정의로워지면서 '갑질'은 발붙일 곳이 없어졌다. 그동안 충분하게 누렸던 권력층, 재벌, 공직자들의 '갑질'은 아제 자취를 감추기 직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몸에 밴 관행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갑질'로부터 자유로운 세상을 만드는 데 국민의 공감대가 성숙해졌다.
경북신문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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