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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불명의 `황리단길` 이름 바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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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신문 작성일18-05-07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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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용산구 이태원2동에 '경리단길'이 있다. 이 길은 국군재정관리단 정문에서부터 남산 그랜드하얏트 호텔 방향으로 이어지는 길과 주변 골목길을 말한다. 그런데 이 길을 왜 '경리단길'이라고 불렀을까? 아주 단순하다. 2012년 국군재정관리단으로 통합된 육군중앙경리단이 있었던 곳이라고 해서 그렇게 불렀다. 과거 미군 부대가 위치해 있어 외국인들이 다수 거주하는 공간이었던 이곳은 그들을 위한 다양한 종류와 개성을 가진 식당과 카페 등이 들어서면서 서울의 주요 관광 코스가 됐다.
 경주에는 '황리단길'이 있다. 이 길은 지금 경주의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그런데 이 길의 이름이 왜 '황리단길'인지에 대해서 설명하자면 옹색해진다. 이리저리 수소문해보니 서울의 '경리단길'에서 차용해 황남동에 위치한 길이어서 '황리단길'이라고 명명했다고 한다. '경리단길'처럼 다양한 식당과 카페가 들어서면서 경주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곳이니 '경리단길'을 연상할 만하긴 하다. 그러나 이 이름은 도대체 의미가 통하지 않고 그럴듯한 이유를 가져다가 설명할 길이 없는 요령부득의 이름이다. 그런 이름을 붙여놓고도 주민들이나 경주시나 아무런 생각 없이 마치 경주를 대표하는 여행자거리인 것처럼 불러대는 것은 정체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처사다.
 이 길은 당초 도로명이 포석로다. 포석정으로 향하는 길이라는 뜻이리라. 또 포석로에서 문화의길로 이어지는 도로명은 봉황로다. 봉황대가 있는 길이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포석로길'이나 '봉황로길'이라고 불러도 아무런 이상이 없다. 오히려 무슨 뜻인지도 모르는 정체불명의 이름보다는 신라의 고도 경주를 상징할 수 있는 그 이름이 더 어울린다. 그리고 정겹기까지 하다. 경주시민들이 나서서 새 이름 공모를 하는 것도 좋다. 경주의 새로운 관광 인프라로 떠오르는 그 길에 '황리단길'이라는 정체불명의 이름을 붙여놓은 것은 귀한 아이를 낳아놓고 '개똥이'라고 이름 짓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물론 언어의 사회학적 기능으로 본다면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부른다면 허용이 되긴 한다. 누가 그 길의 이름을 '황리단길'이라고 처음 붙였는지는 모르지만 많은 사람들이 불편하지 않게 그 이름을 그대로 사용한다면 충분히 허용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은 그런 편의성의 문제가 아니다. 경주의 정체성과 관련된 문제며 시민들의 자존심과도 연계되는 문제다. 더 많은 사람들이 '황리단길'이라는 이름에 익숙해지기 전에 이 길의 명칭을 새로 붙이는 일에 시민들이 나서야 할 시점이다.
경북신문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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