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쇼쇼`는 이제 그만해야 한다 > 사설

본문 바로가기


사설
Home > 사설 > 사설

`쇼쇼쇼`는 이제 그만해야 한다

페이지 정보

경북신문 작성일18-09-06 19:09

본문

문화재는 보존의 의미도 있지만 어떻게 활용하느냐도 매우 중요하다. 문화재를 훼손하지 않는다는 전제가 가능하다면 활용을 통해 시민들과 더욱 친숙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서 문화재청도 문화재의 활용을 적극적으로 권유하고 있다. 경주시는 여러 가지 형태로 문화재를 활용해 시민들에게 문화적 경험을 선사하고 있다. 매우 고무적인 방법이다. 
 경주시는 올해 '봉황대 뮤직스퀘어' 행사를 시작한다. 봉황대는 경주 시가지의 대표적인 문화재로 시민들은 물론 여행자들에게 경주의 상징적 이미지로 각인돼 있다. 봉황대를 활용한 문화행사는 경주의 대표적인 문화재 중 하나를 더욱 널리 홍보하고 친숙하게 느끼도록 하는 좋은 시도다. 
 그러나 그 프로그램을 자세히 살펴보면 모두 대중음악 일색이다. 물론 대중음악 공연이 무조건 옳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시민들의 참여를 최대한 많이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대중음악 공연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그래서 대부분의 지자체는 축제 행사나 문화행사의 문을 여는 개막식에 어김없이 대중가수들을 초청해 요란한 공연을 펼친다. 이른바 '쇼쇼쇼'가 판을 치는 것이다. 
 경주시가 도심 한가운데서 여는 문화재 활용 콘서트에 대중음악 공연으로만 프로그램을 편성한 것은 유감이다. 2천년 고도의 봉황대를 배경으로 열리는 콘서트로는 적절하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 오케스트라나 국악공연으로 문화적 수준을 높이는 것이 맞다.  
 그것은 경주라는 도시의 정체성과도 부합하며 시민들이 쉽게 접할 수 없는 격조 높은 공연문화를 선보이는 이중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다. 
 TV 매체에서 늘 볼 수 있는 가수들을 굳이 봉황대 콘서트에까지 초대할 필요가 있느냐는 말이다. 물론 시민들은 가수들의 음악을 직접 들을 수 있어서 반가워할 수 있지만 행정기관이 예산을 투입해 마련한 콘서트까지 그래야 하는지 의심스럽다. 
 경주가 역사문화도시를 표방한다면 이제 '쇼쇼쇼'는 지양해야 한다. 주낙영 시장이 경주를 한국의 로마로 만들겠다고 했다면 로마의 길거리 버스킹 공연도 한 번 생각해 봐야 한다. 성악가나 연주자들이 골목골목에서 1인 공연을 하는 그 멋진 모습을 상상해 보라. 고요하고 사색적이며 정서적인 경주의 밤에 비트가 강하고 요란한 대중음악이 어울리는지 한번쯤은 생각해 보고 프로그램을 구상해야 할 것이다.
경북신문   kua348@naver.com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개인정보취급방침 서비스이용약관 이메일무단수집거부
Copyright © 울릉·독도 신문. All rights reserved.
뉴스출처 : 경북신문 (www.kbs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