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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이 사라져가는 한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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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신문 작성일18-09-26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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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청이 전통 한복이 아닌 퓨전 한복을 입은 이들의 고궁 무료입장 등의 혜택을 제한한다고 11일 밝힌 바 있다. 국적 불명의 퓨전 한복이 한복의 전통성을 훼손한다는 이유를 들었다. 짧은 기장의 한복과 고름 대신 리본을 묶은 퓨전 한복을 예로 들었다. 그런데 그러면서 짧은 기장의 한복과 고름 대신 리본을 묶은 한복을 퓨전 한복의 예로 들었다. 
 그런데 일주일 지난 17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궁나들이' 패션쇼에는 종로구청이 전통성 훼손의 사례로 든 미니스커트 한복과 리본 한복 등이 등장했다. 서울시 산하 서울디자인재단이 주최했고 청년들의 창업 장려와 한복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마련한 행사였다.

   어느 쪽이 옳은 것인지 얼른 판단하기 힘든 일이다. 전통을 계승한 패션인가 아니면 시대적 조류에 맞도록 개량된 패션인가를 두고 하나를 들라고 한다면 여러 가지 다른 의견이 맞설 수 있다. 개인이 어떤 의상을 선택해서 입을 것인가는 선택의 자유가 보장되겠지만 공식적인 의례나 절차를 따지고 본다면 종로구청의 판단이 옳을 수도 있다.

   경주에도 퓨전 한복을 입은 젊은이들이 사적지를 활보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황리단길에는 그런 퓨전 한복을 대여해 주는 가게들도 있다. 얼른 보면 분명하게 한복의 맵시를 살리고 있어 확연하게 한복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는 복식이다. 한복진흥센터 조사에 따르면 퓨전 한복을 대여하는 연령은 20대가 과반수(55.2%)로 70% 이상이 퓨전 한복을 선호했다. 반면 한복 체험을 하는 외국인은 전통 한복을 선호했다. 또 한복을 체험한 이 중 내국인의 89%, 외국인 92.5%가 만족한다고 밝혔다.

   무엇이 전통 한복이냐는 질문을 한다면 구체적으로 정리돼 있지 않다고 한다. 기성세대들은 고름과 대님을 매는 법도 모른 채 퓨전 한복을 입는 것은 전통을 훼손한다고 우려하고 있다. 어느 것이 정답인지 애매하다.

   추석이 지났다. 지난 추석에 우리의 전통 한복을 입은 이들을 보는 것은 매우 힘들었다. 그만큼 전통이 점점 사라져 가고 있다는 증거다. 불과 10여 년 사이에 일어난 일이다. 중요한 것은 전통을 마음속 이론으로만 간직할 것인가 아니면 생활 속에 녹여 넣어야 할 것인가를 판단하는 기준이다. 복식문화는 시대에 따라 바뀐다.

   전통은 보존하되 우리 실생활에서 간편하고 세련된 복식으로 발전된다면 허용해야 하는 것이 옳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야 우리의 전통이 생활 속에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경북신문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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