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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시 간판 개선사업 신중하게 추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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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신문 작성일18-10-23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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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시는 '경상북도 2018 에너지절약형 간판개선사업' 공모사업에 선정된 역전 삼거리에서 팔우정해장국거리까지 원화로 일대의 간판 개선사업을 착공했다. 이 지역은 경주를 찾는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관문이고 시민과 관광객들의 이동량이 가장 많은 지역 중 하나다. 그러나 그동안 오래된 상거건물의 낡은 간판들이 난립해 간판 개선사업의 필요성이 대두돼 왔다. 경주시는 도비 9천만원과 사업비 3억원으로 무질서하게 설치된 상가 간판과 전력소비가 높은 재래식 간판 60여개를 천년고도의 특색과 테마를 반영한 친환경 에너지절약형 LED 간판으로 정비할 계획이다.

   그리고 행정안전부가 주관하는 '2018 간판개선 시범사업' 대상지로 선정된 경주읍성 일대 디자인 간판정비사업도 이달 말 착공해 내년 1월 준공할 예정이다. 담당 공무원은 "간판은 건물의 얼굴이며 거리의 문화를 대변하고 도시 이미지를 창조하는 도시경관의 매우 중요한 요소"라며 "시민들과 합심하여 주변과 조화를 이루면서도 천년고도 경주만의 특색을 살려 누구나 다시 찾고 싶은 쾌적하고 아름다운 도시 조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간판개선 사업을 추진하면서 먼저 생각해야 할 부분이 있다. 디자인의 획일성이다. 개선사업을 한다면서 천편일률적으로 같은 크기와 색상, 그리고 글꼴의 간판을 만들어 공급하는 도시를 간혹 본 적이 있다. 경주는 이 같은 어리석은 발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간판 디자인은 간판을 내건 업소의 성격을 드러내고 보는 이들로 하여금 아름다움을 주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행정이 개입하는 간판개선은 한 구간을 통째로 통일하는 방법을 택하기도 한다. 다양한 디자인의 간판이 내걸릴 때 그 도시의 문화적 상상력이 돋보인다. 획일적인 간판은 평양거리에서도 볼 수 없다.

   그리고 애써 간판 선진국의 사례를 따라갈 필요가 없다. 예컨대 지자체의 간판 개선사업은 걸핏하면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의 게트라이데 거리의 간판을 예로 든다. 그럴 필요가 없다. 오스트리아나 유럽의 문화와 우리나라의 문화는 엄연하게 다르다. 중국의 거리 간판을 보면 크고 화려해 중국다운 느낌이 물씬 풍긴다. 오사카의 도톤보리 간판도 가장 일본적인 느낌을 그대로 살렸다. 과연 우리나라, 경주시에 걸맞은 간판은 어떤 행태인지 전문가들의 자문을 충분하게 구해야 한다. 그리고 업주들과 상의해 업소의 성격과 가장 맞는 디자인을 골라야 한다. 한 번 시작하면 또 수십년간 손대기 어려운 간판 개선사업을 시작하면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경북신문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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