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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마저 대필하는 예천군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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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신문 작성일19-01-14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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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국외여행 중 부의장이 가이드를 폭행해 물의를 일으킨 예천군의회 의원들이 여행을 다녀온 후 보름이 지났는데도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폭행사건이 일파만파 국민들의 비판 목소리가 커지자 군민들은 모든 의원들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고 행정안전부는 '지방의회의원 공무국외여행규칙'을 개선해 의원들의 해외 여행 기준을 강화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지방의회 관련 경비 정보 공개를 강화하고 기준을 위반한 경비 편성·지출에 불이익을 주는 방안 등의 고강도 기준이다.

   예천군의회 의원들의 여행 보고서는 아직 제출되지 않았고 심지어 의회사무과 공무원이 대신 쓰고 있다고 한다. 한 일간지 취재 결과 국외여행을 다녀온 9명의 의원 가운데 보고서를 제출한 의원은 한 명도 없었다는 것이다. 해당 의회의 공무국외여행 규칙에는 귀국 후 보고서를 작성해 15일 이내에 의장에게 제출하도록 돼 있다. 
 더 기가 막힌 것은 지난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예천군의회 의원들이 제출한 여행보고서는 의원 전체가 썼다는 보고서의 분량이 14~22쪽밖에 되지 않고 그나마 절반 정도는 표지, 목차, 연수개요, 연수일정 등으로 채워져 있다고 한다. 나머지 절반 정도는 인터넷 검색으로도 알 수 있는 방문 국가 현황과 방문지 설명 자료가 대부분이었다고 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이 같은 현상은 비단 예천군의회 의원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어느 지자체의 의원은 자신의 여행 보고서를 인터넷에 떠도는 고등학생의 여행기를 그대로 복사해서 제출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물론 의원 모두가 20쪽에 이르는 보고서를 쓸 수 있을 만큼의 역량을 가진 사람들이라고는 볼 수 없다. 그러나 최소한 자신의 여행 성과를 정리하고 자신이 가장 자신 있어하는 분야의 소감을 담아야 하는 것은 원칙이다. 비록 대필을 부탁한다 하더라도 자신의 목소리를 담아야 하고 자신이 본 것에 대한 정책적 대안을 내놔야 하는 것이 국외여행의 목적을 어느 정도 달성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예천군 의회의 사건으로 말미암아 국민들이 지방의회를 바라보는 시각이 상당히 달라진 분위기다. 그동안 선거 때마다 지역의 친소관계에 따라 표를 던지던 국민들은 이제 자신들의 뜻을 대신 전달할 수 있는 능력 있는 인물을 선택해야 한다는 공감대도 높아졌다. 국회에 대한 불신과 정치권에 던지는 불신도 적지 않은 판국에 지방의회마저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있으니 앞으로 우리 정치는 심각한 험로를 걸을 것이 뻔하다.
경북신문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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