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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시 마구잡이식 문화재 복원 멈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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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신문 작성일19-01-21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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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KBS의 9시 뉴스에서 경주의 신라 유적 복원사업이 고증을 무시한 채 마구잡이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통일신라시대 다리인 월정교를 복원하면서 천년 뒤에 지어진 청나라 다리를 본뜨는 황당한 복원 사업에 국가 예산 510억원이 들어갔다는 것이다. 뉴스가 지적한 것은 먼저 통일신라시대에도 과연 월정교가 나무다리였을까라는 의문이다. 발굴 당시 석재 난간이 발견돼 월정교가 돌다리였을 가능성이 꽤 높다고 했다.

   그리고 고증 과정에서 몇 안 되는 문헌 기록조차 무시했다고 지적했다. 고려 명종 시기 문신 김극기는 월정교를 둘러본 뒤 "무지개다리가 거꾸로 강물에 비친다"는 구절이 담긴 시를 남겼는데 무지개라는 표현을 미루어 보면 다리가 아치 모양이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누각에 맞는 일직선의 들보교로 복원된 것은 문헌을 무시했다는 주장도 했다. 그리고 중국 호남성의 청나라 시대의 다리를 베낀 것이라고 비판했다. 건축 전문가는 월정교를 두고 "마치 드라마 세트처럼 그냥 웅장하게 창작했다. 가능하면 으리으리하게 만들어 관광객이 와서 보고 그렇게 느끼도록 가짜를 만들었다"고 혹평하기도 했다.

   KBS는 월정교뿐만 아니라 동궁과월지에 전각을 짓겠다는 경주시의 계획이 문화재청의 승인을 받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신라때 어떤 형태의 건물이 있었는지 기록조차 없는데 국적 불명의 전각을 짓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경주시는 9천400억원을 들여 8개 핵심 유적을 복원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KBS는 만약 철저한 고증 없이 복원할 경우 원형 보존이라는 가치를 훼손해 유네스코 세계유산 지위마저 흔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경주시의 복원사업이 보도대로 주먹구구식이었다면 참으로 난감한 일이다. 고증 없이, 혹은 고증을 무시하고 복원했다면 복원이라는 말을 사용하면 안 된다. 차라리 재현이라고 해야 옳았다. 고증을 무시한 채 승인을 해 준 문화재위원회도 문제다. 물론 문화재를 반드시 복원해야 할 이유는 없다. 원형을 복원하기 힘들 경우 재현이라는 과정을 거쳐 문화관광 자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주시가 그동안 보란 듯이 주장했던 복원이 고증을 무시한 채 이뤄졌다면 이 즈음에서 멈춰야 한다. 엄청난 예산을 쏟아부으면서 구태여 기록에도 없는 유적을 복원해야 하는 것인지 숙고해야 한다. 지금 우리가 하지 않더라도 훗날 더 깊은 연구와 방법으로 복원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 오히려 더 옳은 방법일 수 있다.
경북신문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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