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포항의 도시재생 사업 눈에 띈다 > 사설

본문 바로가기


사설
Home > 사설 > 사설

[사설] 포항의 도시재생 사업 눈에 띈다

페이지 정보

이상문 작성일19-09-04 19:25

본문

런던의 템스강변에 있는 현대 미술관인 테이트모던은 1981년 문을 닫은 뱅크사이드 발전소를 개조해 만들었다. 이 미술관은 영국의 대표적인 미술관으로 런던 관광객 유치에 엄청난 기여를 하고 있다. 파리의 오르세 미술관은 1990년 세계만국박람회를 위해 지어졌던 기차역이 기능을 다해 쓸모없어지자 미술관으로 개조했다. 오르세는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을 대거 모아둬 현대미술 애호가들에게는 성지처럼 알려져 있다.

  국내에도 이처럼 공장이었거나 공공시설이던 곳이 시대의 변화에 따라 무용지물이 됐을 때 없애버리지 않고 문화공간으로 바꾼 예가 더러 있다. 대표적인 것이 구 서울역이다. 일제강점기에 지어졌던 서울역은 우리나라 철도환경이 고속철도로 바뀌면서 기능이 쪼그라들었다. 하지만 버리지 않고 문화공간으로 활용했다. 부산에는 고려제강이 부산시에 기부한 F1964라는 문화공간이 있다. 한 기업이 제강산업의 쇠퇴로 더 이상의 생산 활동이 의미가 없어지자 공장을 허물지 않고 고스란히 재생해 거대한 문화공간으로 개조하도록 했다.

  우리는 그동안 낡고 오래된 것들은 여지없이 없애고 새로 짓는데 몰두했다. 그러다가 '도시재생'이라는 개념이 개발에 따른 부작용의 대안으로 등장하면서 오래된 것의 가치를 새로 느끼게 됐다. 옷을 갈아입히고 생명을 불어넣으면 전혀 새로운 공간으로 재탄생하는 마법을 경험하기 시작한 것이다. 인도 속담에 'Old is Gold'라는 말이 있듯이 무조건 허물고 없애는 것만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새삼 깨닫고 있는 시점이다.

  포항 동빈내항에 1969년에 지은 냉동창고를 복합문화공간으로 꾸미는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한다. 동빈내항은 과거 포항이 어촌 기능이 컸을 때 대표적인 어항이었으며 물동량이 어마어마  했었다. 하지만 신항이 생기고 도시의 환경이 바뀌면서 동빈내항은 역사적인 장소로 변했고 냉동창고도 큰 역할을 하지 못했다. 이 건물을 포항시가 매입해 도시재생 뉴딜사업의 한 과제로 택한 것이다.

  이 공간은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와서 먹고, 마시고, 즐기고, 예술을 체험할 시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다시 태어난다. 여기에는 카페와 레스토랑이 있고 창작인들이 연구하고 제작할 수 있는 창작공간도 있으며 교육과 워크숍이 가능할뿐더러 소단위 그룹의 미팅공간, 공유 오피스, 한시적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예술가들의 공간, 장기적으로 머물면서 창작활동을 하는 레지던스 역할을 하는 공간 등 매우 다양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포항의 이 같은 노력에 찬사를 보낸다. 산업도시가 주력 산업의 쇠퇴기를 겪으면 가장 심각한 것이 도시 공동화다. 이 험악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탁월한 해법은 역시 문화와 관광산업을 일으키는 것이다. 포항이 동빈내항을 중심으로 포항의 서사를 담은 새로운 이야기를 만드는 것은 단순한 도시재생만이 아니라 포항시민들의 삶의 재생인 셈이다.
이상문   iou518@naver.com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개인정보취급방침 서비스이용약관 이메일무단수집거부
Copyright © 울릉·독도 신문. All rights reserved.
뉴스출처 : 경북신문 (www.kbs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