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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저출산 극복보다 적은 인구로 살 방법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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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문 작성일19-09-01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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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초저출산국'으로 분류된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해외경제포커스'에 수록된 '유럽 주요국의 출산율 안정화 정책 평가 및 시사점'에 따르면 지난 2017년 기준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1.05명으로 최저 수준이었다. 여기에 비하면 유럽연합(EU)의 평균 출산율은 1.59명으로 높은 편이었다. 특히 프랑스(1.92명)와 스웨덴(1.85명), 아일랜드(1.81명), 영국(1.79명) 등은 2명에 근접하는 수준이다. 과거 '아들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라는 인구 증가 억제 구호가 무색할 지경으로 변한 것이다.

  한 가정에 1명의 자녀만 출산한다는 통계니만큼 우리 가정환경은 심각한 수준이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생계에 대한 부담이 큰 점과 교육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것이다. 맞벌이를 해도 중산층으로 진입하기 힘겨운 세상이니 누가 아이를 둘 셋 낳아 기르겠다고 용기를 내겠는가. 출산 휴가나 어린이 보육정책 등 과거에 비해 한결 나은 복지가 보장된다고 하더라도 아이를 대학까지 보내는데 드는 교육비 부담은 생각만 해도 아찔한 수준이다. 이 모든 것을 해결하기 전에는 사실상 우리나라가 '초저출산국'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힘들어 보인다.

  한국은행이 내놓은 '유럽 주요국의 출산율 안정화 정책 평가 및 시사점'에 우리나라가 '초저출산국'의 범주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일과 가정을 양립시키고 주거비용을 낮추는 등 유럽식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유럽권 고출산의 원인 중 하나는 고용지원과 주거비용 하향, 아동수당 등 정부 정책이라는 것이다. 일과 가정 양립을 위한 방안으로는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돌봄휴가제도, 근로시간 단축 등이 꼽혔다. 스웨덴의 경우 재출산시 소득 100%에 달하는 휴직급여를 준다. 부부합산 480일의 육아휴직 중에서 남성이 90일 이상을 사용해야 한다.

  연구 결과를 더 훑어보면 주거비를 낮출 필요성도 제기 됐다. 집값이 너무 비싸 청년층의 주택 시장 진입이 어려울 경우 새로운 가족 형성이 늦어졌다. 고출산국들은 주거비 자체는 높았지만 임대료 보조나 모기지 세제 혜택 등으로 인해 실제 부담은 적었다. 그 밖에도 아동수당과 양육비 보조, 환급형 세액 공제 제도 등이 출산율을 끌어올린 요인으로 꼽혔다.

  그러나 우리의 복지정책이 유럽의 선진 국가보다 형편없이 부실한 것은 아니다. 그러니 이 연구결과로만 저출산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것은 아닐 것 같다. 더구나 혼인율도 급격하게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 아이 낳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다. 사회적 환경이 바뀌어야 하고 인구감소에 대한 본격적인 대비를 서두르는 것이 오히려 더 효율적일 것이다. 서양처럼 혼인 외 자녀출산이 사회적 분위기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에서 앞으로 인구 증가를 꿈꾸는 것은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다. 국가, 사회적 체질개선이 이뤄지지 않고는 불가능한 꿈이다. 적은 인구로도 제대로 살아갈 방도를 찾는 것이 더 현명한 방법이 될 것이다.
이상문   iou51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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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출처 : 경북신문 (www.kbs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