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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관광객 숫자 헤아리지 말고 인프라 갖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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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문 작성일19-09-16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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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추석 연휴에 경주시를 방문한 관광객들이 20만명 정도라고 한다. 날씨도 한몫을 했다. 다소 무덥기는 했지만 청명한 가을 날씨여서 여행하기에는 매우 적합했다. 단일 지역에 4일간 20만명이 다녀갔다면 엄청난 성과다. 경주의 관광자원이 다른 도시에 비해 월등하게 앞서고 접근성마저 좋다보니 인근의 시민들은 경주를 놓칠 수가 없다. 더구나 계절마다 옷을 갈아입는 자연 환경도 경주의 경쟁력을 높인다.

  이번 연휴에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은 지역은 누가 뭐래도 첨성대, 대릉원이 위치한 동부사적지다. 그곳에는 경주의 관광 명소가 집중돼 있다. 월정교와 교촌마을, 동궁과 월지 등은 세계 어디에 내놔도 모자람이 없다. 중국의 관광명소에 비해서 규모는 작을지 모르지만 신라의 유적이 가지는 조형미와 서사적 가치는 절대로 뒤지지 않는다. 외국인들은 동부사적지에 군집한 고분을 보고 환상적이라고 표현한다. 세계 어느 설치미술 작가도 이처럼 아름답고 의미 깊은 작품을 만들지 못한다고 평가한다.

  그렇다. 경주의 관광자원은 경주만의 정체성과 경쟁력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다. 그리고 이 자원을 보존하고 가꾸는 행정 당국의 노력도 만만치 않다. 최근 수년 동안 행정이 기울여 온 노력은 충분히 칭송받을 만하다. 그러나 경주를 방문한 관광객이 느끼는 불편함을 개선할 대안은 아직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점은 솔직히 인정해야 할 것이다.

  성수기의 경주를 찾는 관광객들은 많은 불편을 호소한다. 특히 경주 관광의 요지인 동부사적지 일원은 특별한 조치가 없다면 그 불편함이 해소되기는 어렵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대릉원 앞 도로는 주차장으로 변하고 황리단길에는 자동차와 관광객이 곡예를 하다시피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관광객들이 경주를 다시 찾는 데 주저할 것은 불문가지다.

  경주시는 되풀이 되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 놓고 관광객 숫자 파악에 열을 올리는 것은 주객이 전도됐다. 더 나은 환경을 만들어 놓고 관광객 수를 늘려나가야 미래가 있다. 관광산업은 하루 이틀 장사만 하고 문을 닫는 노점상이 아니다. 관광도시는 이미지로 먹고 산다. 불편하고 짜증나는 일이 겹친다면 그 도시는 점점 매력을 잃게 된다. 인프라를 구축하지 못한 도시는 언젠가는 시들고 만다는 것을 하루빨리 깨우치고 과감한 문제 개선 의지를 보여야 한다.

  이 같은 추세로 관광객 수가 늘어나면 언젠가는 경주도 오버투어리즘에 시달리게 된다. 여기에 대한 대안도 미리 만들어 둬야 한다. 아무리 많은 관광객이 몰려와도 쾌적하게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지 못한다면 장밋빛 미래는 없다. 관광은 쾌적하고 여유로와야 한다. 그 조건을 갖추기 위한 결단이 필요하다.
이상문   iou51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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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출처 : 경북신문 (www.kbs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