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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분열된 민심 모으는 추석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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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문 작성일19-09-10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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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이면 밥상 민심이 어떨지 정치권과 언론은 촉각을 곤두세운다. 정치인들은 민심에 따라 자신들의 행로가 달라지고 언론은 끌고 가야할 여론의 주류가 정해지기 때문이다. 차례상을 물리고 음복주에 거나해지면 가족 구성원들은 밥상 앞에 앉아서 평소에 잘 하지 않던 대화를 나눈다. 가족뿐만 아니라 친구들과 만나서도 그동안 나누지 못했던 안부를 주고받은 뒤 본격적인 세상사를 거론한다.

  명절 민심의 대부분은 정치와 경제 이야기다. 서민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 그 두 분야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이 이야기가 나오다 보면 어김없이 세대간의 충돌이 일어난다. 고향을 지키고 있는 부모의 생각과 타관을 떠도는 자녀의 생각은 어느샌가 엄청나게 틈이 벌어져 있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이 그렇다. 전형적인 보수 텃밭에서 일평생을 살아가는 부모와 서울과 대도시에서 살아가는 자녀들간의 이념 논쟁은 자칫 험악해지기 일쑤다. 그래서 해마다 명절이면 다시는 정치 이야기를 하지 말아야지 다짐을 하게 되지만 다시 모이면 자연스럽게 정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기본적으로 부모의 정치이념은 자식에게 세습된다. 그것은 정치 민주주의가 고도로 발달된 유럽이나 미국의 전통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는 다르다. 삶의 환경과 교육에 의해서 이데올로기는 수시로 바뀐다. 그래서 세대간에 정치 이야기를 나눌 때면 언성이 높아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경제도 마찬가지다. 어렵다는 것에는 공감을 하지만 그 책임 소재에 대해서는 입장이 다를 수 있다.

  이번 추석 민심은 정치가 가장 큰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 가운데서도 조국 법무부 장관의 임명을 두고 대통령의 결단에 대한 찬반이 엇갈릴 것이다. 이번 조국 장관의 임명 과정에서 있었던 치열한 논쟁은 세대간의 생각 차이를 극명하게 갈라놓았다. 대체로 진보를 지지하던 젊은층의 민심 이반은 이번 추석 민심의 최대 이변으로 손꼽힐 것이다.

  세대간의 의식 차이는 심각하다. 우리나라는 남북이 갈라지고 동서로 생각이 나뉜 불행한 시대에 살고 있다. 여기에 세대간, 계층간의 갈등도 점점 골이 깊어져 가고 있으니 정말 불행한 일이다. 현대사에서 이처럼 낱낱이 나뉘어져 서로 쥐어뜯었던 적이 있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지가 중요하지 않다. 우리 모두의 탓이다. 정치가 제 아무리 제멋대로 놀아난다 하더라도 국민이 올바른 관점을 갖고 있다면 정치인이 그렇게 준동할 수 없다. 스스로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이번 추석은 민심의 충돌이 아니라 산지사방으로 나뉘어진 생각의 파편을 긁어모으는 계기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주변 강대국의 도발도 심상치 않고 평화 정착에 대한 기대도 속시원하게 해결나지 않고 있다. 더 이상의 분열은 안 된다. 가족단위에서부터 생각의 차이를 좁히는 추석 밥상이 됐으면 한다.
이상문   iou51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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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출처 : 경북신문 (www.kbs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