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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초보적 `마을미술사업` 이제 그만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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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신문 작성일19-12-17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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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성군이 올해 각종 공모사업에서 88건이 선정돼 역대 최대 규모인 국·도비 822억원을 확보했다는 소식이 있었다. 선정된 88건 중 25건이 문화·관광분야로, '마을미술프로젝트사업', '지역특화스포츠관광산업 육성사업' 등 37억 원의 사업비를 확보해 특화된 관광산업을 안정적으로 추진하게 됐다고 의성군이 자랑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의성군의 각 부서가 전략적으로 발 빠르게 대응한 결과로 이 성과를 냈으니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다.
   의성군의 국·도비 확보에 이의를 제기할 생각은 추호에도 없는데 다만 '마을미술프로젝트사업'라는 항목이 마음에 걸려 의성군뿐만 아니라 경상북도의 모든 시·군, 나아가서 대한민국 전체 지자체가 추진하고 있는 '마을미술프로젝트사업'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
   언제부턴가 우리나라 각 도시들, 특히 농촌과 어촌마을에 벽화사업이 활발하게 전개됐다. 지금은 어느 마을에 가도 그림이 그려지지 않은 마을이 없을 정도로 벽화사업은 보편화 됐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벽화사업이 어느 정도의 수준인지에 대해서 고민해야 한다. 벽화사업은 엄밀히 말해서 그래피티 아트를 말한다. 그래피티는 벽이나 그밖의 화면에 낙서처럼 긁거나 스프레이 페인트를 이용해 그리는 그림을 말한다. 유럽에서는 '거리의 예술'로 자리를 잡았고 뉴욕의 지하철에서 낙서화를 그렸던 장 미셀 바스키아는 팝아트의 대가인 앤디 워홀도 인정하는 대표적인 화가로 성장을 했다.
   고대 동굴의 벽화부터 1960년대 말 뉴욕의 거리에서 낙서화가 범람하면서 본격화가 된 그래피티는 즉흥적·충동적이지만 장난스럽고 상상력이 넘치는 그림들로 예술의 가치를 가졌다. 그리고 프라하의 '존레논의 벽'은 평화를 기원하는 세계의 여행자들이 그린 낙서화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고 그 이름을 딴 벽화가 서울 홍익대 근처에도 생겼다.
   그러나 우리나라 마을미술은 그 예술성을 따라가기에 너무나 멀다. 전문성이 현저하게 떨어져 벽을 장식했다는 느낌보다 오히려 비워뒀더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벽화사업을 진행하는 지자체가 예산을 아끼기 위해 전문성이 떨어지는 아마추어들에게 작업을 맡겼기 때문이다. 물론 제대로 된 그래피티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대다수의 벽화들이 '시각 공해'에 가깝다.
   그림만 그리면 무조건 아름답고 다채로워진다는 생각은 오해다. 오히려 단색의 페인트를 단정하게 칠하거나 좀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해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 그것도 아니라면 그야말로 모든 국민이 자신의 상상력을 마음대로 표현할 수 있는 거대한 낙서벽을 만드는 것도 한 방법이다. 초보적인 기술의 벽화사업은 이제 그만둬야 할 때다. 예산 낭비고 오히려 경관을 훼손하는 결과를 낳는다.
경북신문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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