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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진영 갈등 부추기는 행위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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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신문 작성일20-07-13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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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의 장례가 끝났다. 그가 어떤 공과가 있었든지 한 사람이 세상을 떠난 일은 숙연하게 지켜봐야 한다. 그리고 만일 그에게 과오가 있었다면 그의 생전 위업이 어느 정도였든지 충분히 평가돼야 한다.
 
  하지만 그의 죽음 이후에 일어나는 다양한 반응을 바라보면서 우리나라의 진영 갈등이 이처럼 심각한 수준에 이르게 된 것에 심각한 우려가 있다.
 
  박 시장의 극단적인 선택을 두고 일어난 일 가운데 가장 극단적인 사안은 어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박 시장을 두둔하는 글이 올라와 물의를 일으킨 일이다. 그 커뮤니티에서는 "이순신도 관노와 잠자리를 했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물론 그 커뮤니티는 진보 성향의 커뮤니티다. 댓글로 달린 문제의 발언은 "한 사람의 치열한 인생이 이렇게 도덕적 재단으로 다 날려가는 거냐. 난중일기에서 관노와 수차례 잠자리에 들었다라는 구절 때문에 이순신이 존경받지 말아야 할 인물인가. 그를 향해 제사를 지내지 말라는 건가"라는 내용이었다.
 
  이 댓글에 대해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자신의 SNS에서 "이걸 말이라고 하는지. 지금은 조선시대가 아닙니다. 박원순은 이순신이 아닙니다. 피해여성은 관노가 아닙니다"라고 적었다.
 
  진중권 교수의 말이 정답이다. 그러나 진 교수는 그 정도의 평가에 그쳤더라면 매우 적절할 뻔했다. 그 후에 "친문과 그 지지자들이 국민을 바라보는 시각을 노골적일 정도로 정직하게 보여줍니다. 한 마디로 친문의 눈에는 국민이 노비로 보이는 겁니다. 그들의 눈에는 여성이 관노로 보이는 겁니다. 그들이 자자고 하자면 언제라도 잠자리에 들 의무가 있는… 실제로도 그렇게 해왔잖아요"라고 덧붙임으로써 진영의 갈등이 얼마나 노골적인가를 드러냈다.
 
  얼마나 어리석은 발언들인가. 박 시장의 공과는 분명히 밝혀져야 하고 시간이 지나면 역사적으로 심판을 받게 된다.
 
  성추행으로 고소를 한 여비서를 관노로 치환한 시대착오적이고 성인지감수성이 제로인 발언이나 기다렸다는 듯이 진보진영 전체를 성추행 공범 집단으로 몰아가려는 발언이나 어느 하나 진중하게 받아들일 가치가 없는 것이다. 그만큼 자극적인 말이 없고 책임감 없는 말도 없지싶다.
 
  최근 우리나라의 좌우 진영의 갈등은 해방 이후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한탄이 특정 지역에서 쏟아져 나온다. 시대적 흐름에 순응하려 하지 않는, 사실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집단의 과대포장이다. 하지만 이 같은 발언을 보면 그 시각도 없는 말은 아닌 것 같다. 극단적 진영 갈등을 부추기는 행위는 제발 그쳤으면 한다.
경북신문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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