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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007작전을 방불케한 산업부의 증거인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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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신문 작성일20-10-20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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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원의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결정 과정에서 계속가동시 경제성이 불합리하게 낮게 평가됐다는 감사원의 감사결과가 발표되면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심각한 제동이 걸리게 됐다. 감사원의 발표 가운데 가장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은 산업통상자원부 직원 등 감사 대상자들이 감사 과정에서 집단적이고 적극적으로 증거 인멸을 한 문제점이었다.
 
  감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산업부 직원들은 감사원 감사가 착수되면서 대책을 논의한 후 증거인멸을 감행했다. 해당 직원들은 다른 직원이 출근하지 않는 일요일 심야에 사무실에 들어가 컴퓨터에 저장된 월성 1호기 관련 자료, 모두 122개 폴더를 삭제하고 이를 감사원에 제출하지 않았다. 결국 산업부 고위 간부직원이 감사 상황을 보고받고 부하직원들을 불러 모아 대책을 논의하고 증거 자료를 삭제토록 했다는 것이다.
 
  산업부는 과감하게 청와대 보고 문건도 삭제했다고 한다. 산업부는 2019년 11월 감사원으로부터 월성1호기와 관련된 최근 3년간의 내부 보고자료, 청와대 협의 및 보고자료, 수원과 협의자료 일체 등을 제출하라는 요구를 받았지만 감사원의 담당 감사관에게 이메일로 월성1호기 및 신고리5,6호기 소송 동향 등 일부 자료를 제출했을 뿐 대통령비서실에 보고한 문서 등 대부분의 문서는 누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법 제27조 제1항 제2호와 제32조 제1항 및 제51조 제1항에 따르면, 감사원은 감사에 필요하면 증명서, 변명서, 그 밖의 관계 문서 등의 제출을 요구할 수 있고, 정당한 사유 없이 자료의 제출을 게을리한 공무원에 대하여 그 소속 장관에게 징계를 요구할 수 있으며, 감사원의 자료제출 요구에 따르지 않는 공무원과 이 법에 따른 감사를 방해한 자의 경우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돼 있다.
 
  따라서 산업부는 감사원으로부터 월성1호기 조기폐쇄와 관련해 자료제출 요구가 있으면 해당 자료의 제출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하고, 산업부장관에게 보고되는 등 공공기록물로서 중요성이 높은 전자문서 등을 무단으로 삭제·파기하거나 은닉·유출함으로써 감사원 감사를 지연시키는 등의 방해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산업부 직원들이 월성1호기 폐쇄에 007작전으로 증거인멸을 주도한 것은 결국 정해진 탈원전 정책에 짜맞추기 위한 과잉충성의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월성1호기의 계속운전이 주는 경제성을 정직하게 국민에게 알리고 그 외 안전성과 주민 수용성 등을 종합적으로 공개한 뒤 폐쇄에 대한 국민적 공감을 획득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관계부처의 직원들이 증거인멸에 동원됐다는 점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사실이다. 어쩌면 월성1호기 폐쇄를 원점에서 다시 논의해야 할지도 모른다.
경북신문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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