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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경주 첨성대 핑크뮬리 일찍 제거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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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신문 작성일20-10-29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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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시 첨성대 주변 동부사적지에 가을철 관광객들이 많이 몰렸다. 그간 코로나19로 지역경제가 심각하게 위축됐다가 가을꽃과 함께 핑크로 물들인 핑크뮬리가 절정을 이루자 오랜만에 동부사적지 인근 상가가 활기를 띄었다.
 
  지난 봄 코로나19가 최초로 기성을 부렸을 때 벚꽃이 만발했지만 관광객들은 발길을 끊었고 벚꽃 특수를 노리던 상인들은 한숨을 쉬었다. 그러다가 핑크뮬리가 피면서 사회적 거리두기도 다행스럽게 1단계로 완화돼 지난해 같은 기간의 관광객 숫자 만큼은 아니지만 그나마 위축됐던 경주의 관광산업과 연관된 중소상인들이 안도하고 있는 상태다.
 
  그런데 지난해에도 그런 이야기가 나왔지만 핑크뮬리를 일찍 베어내자는 말이 또 나오고 있다. 핑크뮬리는 겨울철 기온을 버틸 정도로 번식력이 강하다. 가을꽃이 다 지고 나서도 핑크뮬리는 한참동안 더 그 아름다운 색을 유지한다. 그나마 동부사적지에 관광객이 몰리게 되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자원을 완전히 시들기 전에 미리 베어내자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가을 행락객들이 대거 몰렸을 때 경주시의 사적관리 담당부서는 최선을 다해서 방역에 올인했다. 그 덕에 아무런 문제없이 지금까지 경주를 찾는 관광객들과 주변 상인들, 시민들이 안심하고 가을의 정취에 취할 수 있었다. 공무원들의 헌신적인 노력에 먼저 감사를 드려야 한다. 그리고 겨울에 들어서는 시기까지 가능하면 한 사람의 관광객을 더 유치해 경주의 경제에 피를 돌게 하는 데 참으로 미안한 일이지만 공무원들의 노고를 더 요구해야 한다.
 
  핑크뮬리는 번식력이 워낙 왕성해 다른 식물들을 혼식하기 어렵고 한 번 자리를 잡으면 제거하기도 힘들다고 해서 환경부가 향후 위해성 여부를 지속적으로 관찰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위해성 2급 식물로 지정하기도 했다. 동부사적지의 핑크뮬리를 일찍 베어내자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내세우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경주시의 사적관리 부서의 관리가 철저하게 잘 이뤄지고 있고 핑크뮬리 군락지는 내년에 또 활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겨울철에도 그 색상이 크게 변하지 않아 꽃이 다 져버려 동부사적지를 꾸밀 요소가 사라져 버려도 잘 버텨줘 조금 더 길게 남겨둬도 무방하다는 것이 주변 시민들의 생각이다.
 
  동부사적지의 핑크뮬리가 시각 환경에 거슬린다면 당연히 제거하는 것이 옳다. 그러나 최소한 11월 하순까지는 그대로 둬도 아무 문제가 없고 아름다운 기능을 다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동부사적지 일원 상가들은 코로나19로 말미암아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들이 숨 쉴 수 있는 요소를 미리 제거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가혹하다는 생각이다.
경북신문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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