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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는 걷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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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신문 작성일09-01-08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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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가 뿌옇다. 가을에는 ‘새파랗다’는 표현이 떠오를 만큼 높고 푸른 하늘이 기대되지만, 어째 올 겨울에는 그렇게 새파란 하늘을 보기가 어렵다.

안개가 너무 잦은 탓이다.

안개는 그저 하늘만 뿌옇게 보이게 하는 것은 아니다. 1952년 12월 5일, 영국 런던에서는 두터운 안개가 3일 동안 전 도시를 뒤덮었다. 이 두터운 안개로 런던의 교통이 마비되었을 뿐 아니라, 4000여 명이 사망했었다.

런던을 뒤덮은 안개에는 작은 물방울들뿐만 아니라 석탄과 석유가 연소되며 발생한 미세한 입자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를 계기로 ‘런던형 스모그’라는 말이 생겨났다. 'smog'(스모그)는 smoke(연기)와 fog(안개)의 합성어이다.

안개는 아주 작고 많은 물방울들이 대기 중에 뜨면 발생하는 현상이다. 수평으로 바라 본 시정이 1Km를 넘지 않을 때를 말한다. 작은 물방울들이 대기 중에 떠 있다는 점에서 안개는 구름과 같지만, 바닥이 지면과 접해 있다는 점에서 구름과 다르다.

안개에는 종류가 매우 많은데 발생 원인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구별할 수가 있다. 하나는 공기가 차가워지면서 발생하는 안개이고, 또 다른 하나는 수증기의 증발로 발생하는 안개이다.

공기가 차가워지면서 발생하는 안개에는 ‘복사안개’라는 것이 있다. 복사안개는 전날 오후에 습도가 높았다가 야간에 맑게 되면, 습도가 높은 상태에서 기온이 떨어지면서 작은 물방울들이 많이 생기게 되어 발생하는 안개이다. 새벽에 육지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안개로, 바람이 불고 햇빛이 내리 쪼여 기온이 올라가면 걷히게 된다.

같은 이유로 발생하는 안개로 ‘이류안개’라는 것이 있다. 이류안개는 따뜻한 공기 덩어리가 차가운 지표면(해면이나 지면)으로 움직여서 생기는 안개이다. 주로 바다나 연안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안개로, 흔히 ‘해무’라고 부른다.

그에 비해, ‘전선안개’나 ‘김안개’는 수증기의 증발로 발생하는 안개이다.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할 때 목욕탕에 김이 서리는 것과 같은 원리로, 따뜻한 빗방울이 찬 공기 중에서 증발할 때 발생한다. 온난전선의 앞에서나 한랭전선의 뒤에서 많이 끼게 된다.


이렇게 시정이 1Km가 되지 않는 안개 외에도, 시정이 1Km가 넘지만 공기가 뿌옇게 보이는 경우가 있는데, 그 하나는 ‘박무(mist)’이고 다른 하나는 ‘연무(haze)’이다.

박무는 무수히 많은 미세한 물방울들이 대기 중에 떠있는 현상으로, 안개와 비슷하지만 안개처럼 습하고 차갑지는 않으며, 연무보다는 습도가 높고 회색을 띤다. 연무는 눈으로 보이지 않는 미세하고 건조한 입자들이 대기 중에 떠있는 현상이다. 안개와 박무는 물방울들이 떠 있는 현상임에 비하여, 연무는 건조한 입자들이 떠 있는 것이라서 습도가 높지 않다.

안개는 뿌옇고 답답한 느낌 때문에 불확실성의 대명사가 되곤 한다. 막연하게 헤매고 다니는 사람의 모습을 보면 "안개 낀 날, 소 찾듯 한다"고 말한다. 정국이 여러 불확실성으로 혼란스러울 때는 ‘안개정국’이라고 비유한다.

안개로 인해 도시만 뿌연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를 둘러싼 정치적 경제적 환경 모두가 안개에 끼어 있는 듯 하다. 불확실한 정치적 안개, 경제적 안개 때문에 불안정하고 답답하다. 안개는 언젠가 꼭 걷히듯이, 우리 주변을 둘러싼 정치적 경제적 안개도 싹 걷히길 기대한다.

안개가 걷힌 후의 새파랗고 청명한 높은 가을 하늘처럼, 우리 주위 환경도 맑고 상쾌해지길 기대한다.
경북신문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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