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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신문 작성일09-01-14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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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저(低)탄소 녹색성장’이라는 장기 국가비전을 제시했다. 그 후 수 많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그리고 기업들이 앞을 다투어 ‘저(低)탄소 녹색성장’을 신년의 중요한 화두, 정책비전으로 선포하였다.

국무회의에서는 4년간 50조원을 투입하여 96만개의 일자리를 만든다는 ‘녹색 뉴딜사업 추진 방안’을 확정함으로써 ‘저(低)탄소 녹색성장’이라는 화려한 수사(修辭)의 향연에 화룡점정을 이루었다.그런데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저(低)탄소 녹색성장’이란 도대체 무슨 뜻일까?


그것은 지구 온난화 가속의 주범으로 지목된 탄소계열 온실가스의 농도를 줄이고 청정에너지 개발 등을 통하여 미래 세대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능력을 저해시키지 않으면서 현세대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친환경적인 성장을 뜻한다.‘저(低)탄소 녹색성장’을 국가의 장기비전으로 제시했을 때 전문가들은 많은 기대와 우려를 숨기지 않았다. 탄소계열 온실가스의 농도 감축에 필수적이라 할 수 있는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청정에너지에 대한 투자와 기술개발은 시대적 요구에 정확히 부합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청정에너지라고 할 수 있는 태양열, 풍력, 조력 등이 현재 우리나라의 지리적 기후적 특성상 얼마나 경제성이 있는지, 개발 잠재력이 있는지는 의문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체 이 부분에 대해 얼마나 많은 기초과학적 연구와 정책적 고민이 있었는지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이러한 의문이 채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최근 발표된 ‘녹색 뉴딜사업 추진 방안’을 들여다 보면 깊은 한숨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녹색 뉴딜사업 추진 방안’은 9개 핵심사업과 27개 연계 사업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중 많은 사업들은 오히려 기존의 자연스런 녹색을 공사판 콘크리트의 탁한 회색으로 변화시키는 개발이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특히 4년간 투입되는 50조원 중 60%가 넘는 32조원이 투자되는 ‘4대강 정비’, ‘녹색 교통망 확충’을 포함한 ‘녹색 SOC 사업’은 전형적인 토목형 반(反)환경 산업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4대강 정비 사업’의 경우 ‘저(低)탄소 녹색성장’의 기반 사업이라고 강조하고 있는데 이 또한 그 이유와 근거가 모호하다. 홍수로 인한 범람을 막기 위하여 하천 제방 단면을 확대하고, 경관이 수려한 4대강 유역 저수지를 준설하고 정비하여 관광명소로 조성하며, 둔치를 계단식으로 정비하는 식의 하천정비를 추진한다고 한다.

하천 제방 단면을 확대하고 저수지를 준설할 때 필연적으로 따라올 수 밖에 없는 수중 생태계의 교란과, 둔치를 계단식으로 정비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습지 생태계의 교란에 대해 한 순간의 고민도 없어 보이는 사업계획이다.자연은 선조로부터 물려받았고, 우리가 곱게 사용하며 함께 지내다가, 후대에게 물려줘야 할 중요한 자산이란 사실은 이제 너무 들어 식상하기까지 하다.

 ‘지속 가능한 발전’은 미래 세대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능력을 저해시키지 않으면서 현세대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발전이라는 생각을 떠올리면 무한한 역사적 책임감마저 느껴진다. 그래서 ‘저(低)탄소 녹색성장’이라는 국가 비전에 대해서는 쌍수를 들어 환영하며, 온실기체를 감소시키고 친환경적으로 성장하려는 정책에 대해서는 힘껏 박수를 치며 응원한다.하지만, 자연을 무시하는 오만한 자세와, 논리도 맞지 않게 ‘녹색’이란 단어로만 꾸며대는 정책으로는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저(低)탄소 녹색성장’은 요원(遙遠)하다. 지구 온난화와 이로 인한 피해는 인간 중심의 무분별한 개발에 대한 우리의 업보다.부디 ‘녹색 뉴딜 사업’을 오만한 인간중심적 입장이 아니라 겸손한 자연친화적 입장에서 다시 살펴보기 바란다.
경북신문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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