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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동국대 이전 반대 앞서 시민 반성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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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신문 작성일21-02-02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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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의 이전설이 불거지면서 경주사회가 술렁이고 있지만 정작 재학생 97.8%가 이전에 찬성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시민들은 대학이 가져다 주는 도시의 긍정적인 면을 들여다보다 보니 당연히 대학이 경주에 남아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겠지만 정작 재학생들은 여러모로 불편했던 모양이다.
   캠퍼스 이전에 찬성하는 이유는 그동안 경주시와 시민들이 동국대학교에 얼마나 무관심했는지 확실하게 알 수 있다. 받기만 했지 줄 생각을 하지 않았던 시민의식이 고스란히 반영됐다. 학생들은 '대학가라고 하기에는 교통과 인프라가 잘 조성되어 있지 않아 대학 생활을 즐기는 것에 불편함이 있다'고 했다.
 
  실제로 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 주변의 성건동 일대와 석장동 일대를 가보면 그들의 주장이 매우 설득력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대학가라고 하기에는 제대로 된 문화공간 하나 없고 대부분 먹고 마시고 즐기는 공간만 있다. 소비만 요구하면서 대학이 만들어내는 문화에는 관심이 없었다는 증거다.
   또 석장동에 거주하는 학생들은 '원룸 가격은 1년에 500만원을 지출합니다. 다른 지역과 달리 월세가 아닌 사글세로 지출하다 보니 학생으로서 부담감이 크고 부모님 생각에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라고 했다. 이 정도의 시세라면 대도시의 집세와 별반 다를 바가 없다. 개교 초창기 석장동은 완전한 깡촌이었지만 지금은 원룸촌으로 변신했다. 학교와 가까우니 학생들이 그곳에 정착을 하면 여러모로 편리하다. 그곳에 임대업을 하고 있는 임대업자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는 학생들은 상대로 지나친 월세를 받는다는 비판은 오래 전부터 있었다.
   총학생회는 급기야 이 설문조사 결과를 주낙영 경주시장에게 보냈다. 그리고 주 시장이 개인 SNS를 통해 캠퍼스 이전을 반대하는 글을 게시하며 시민의 뜻을 전했지만 학생들의 의견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단편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비판했다. 학생회는 주 시장의 사과와 석장동 자취방 실태조사 후 개선, 대학에서 시내로 이어지는 교통편 개선, 대학가 활성화, 시장과의 정기간담회를 요구했다.
   학생들의 입장을 듣고보니 그동안 경주시민들은 얼마나 지역 대학에 무관심하고 안일했던가를 뼈아프게 느끼게 된다. 경주시도 학생들의 편의와 대학문화 인프라 확충에 아무런 대책이 없었다는 점을 반성해야 한다. 학생들의 불만이 쌓여갈 때 한 번이라도 그들의 목소리를 경청했더라면 지금의 이 상황으로 왔겠는가.
   학생들을 상대로 음식을 팔고 술을 파는 데만 혈안이 됐던 시민들은 뜨거운 반성을 해야 한다. 그리고 경주시도 대학 인프라 확충을 위해 본격적으로 학생들과 학교 당국의 의견을 듣고 지역 대학의 위상을 높이는 데 적극 노력해야 한다.
경북신문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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