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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문화의 수도권 집중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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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신문 작성일21-05-27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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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지난달 28일 이건희 회장이 남긴 문화재와 미술품 2만3000여점을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 등에 기증하면서 문화체육관광부가 '이건희 컬렉션'과 관련한 미술관, 소위 '이건희 미술관'을 신설하겠다는 발표를 한 바 있다. 그 후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의 자치단체는 서로 미술관을 유치하겠다는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그리고 문체부는 다음달 신설할 도시를 확정할 예정에 있다.
   이런 와중에 미술계 인사 약 380명이 참석한 '국립근대미술관을 원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발족되고 '이건희 미술관'이 아니라 '국립근대미술관'을 설립하자는 주장을 하고 나섰다. 이들은 "고 이건희 삼성 회장 유족이 기증한 작품을 토대로 한국에는 없는 국립근대미술관을 지어야 한다"고 정부에 건의했다. 그동안 각 지자체가 유치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 정부가 이 의견을 어떻게 수용할지 궁금하다.
   이들의 목소리를 더 들어보면 "때마침 근대의 위대한 유산 1000여 점이 포함된 이건희 소장품의 국가 기증 사건이 발생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의 근대기 소장 작품과 이건희 기증품의 근대기 해당 작품을 합해 국립근대미술관을 설립한다면 오랫동안 그늘 속에 버려져 왔던 근대의 영혼과 감성, 그리고 고통을 극복해 온 근대의 역사가 장엄한 모습으로 우리 곁에 다시 우뚝 설 것"이라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국민국가인 대한민국 건설과 더불어 창설했어야 할 근대미술관의 부재 상황이 한 세기를 넘긴 채 2021년에 이르렀다.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형성하는데 가장 영향력이 있는 시기인 근대의 정신과 물질을 상징하는 국립근대미술관의 존재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주장했다. 그들은 고미술품은 국립중앙박물관이 관리하고 삼성가에서 기증한 근대미술품 1000여 점과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한 근대미술품 2000여 점을 모아 근대미술관을 건립해야 한다는 제법 구체적인 방향도 제시했다.
   상당히 근거 있고 수긍이 가는 주장이다. 박물관과 현대미술관 사이에 근대미술품은 사실상 갈 곳을 잃고 방황했던 것이 사실이다. 파리에 오르쉐 미술박물관이 프랑스 근대미술품을 소장한 것을 보면 이해가 쉽게 된다. 그러나 이들이 후보지로 서울 종로구 소재 대한항공 송현동 부지를 꼽은 것은 아무래도 수도권 이기주의에 지나지 않는다. 물론 국립박물관과 현대미술관이 서울에 있으므로 자연스럽게 한 곳에 집적해 효과를 극대화하자는 의도는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문화의 수도권 집중화를 막겠다는 정부와 국민의 정서에 정면 배치되는 대안이다. 매우 매력적인 제안을 한 전문가 집단의 의견은 존중하지만 또 수도권에 유치하려는 속셈은 큰 반발을 불러올 것이 분명하다.
경북신문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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