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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성대 트리조명은 '갓 쓰고 자전거 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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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신문 작성일15-12-09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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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주시가 지난 1일부터 내년 1월말까지 첨성대 주변 산책길 주변 나무와 나무벽에 LED 트리조명을 설치했다. 이 조명은 내년 1월말까지 계속 첨성대 주변을 비춘다. 이를 두고 경주시 담당 공무원은 "첨성대가 있는 경주동부사적지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돼 있는 전국적인 야간 경관 명소다. 인근의 동궁과 월지 야간 경관과 함께 고즈넉한 겨울밤의 운치를 즐길 수 있는 장소로 시민과 관광객의 사랑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라시대 별을 보기 위해 높이 쌓은 첨성대에 마치 별이 내려앉은 듯한 느낌을 주는 이 트리조명을 두고 찬반양론이 있다. 트리조명은 연말연시를 통해 야간관광의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긍정론과 인공적 조명이 과해 또 하나의 '빛 공해'를 더했다는 부정론이 그것이다. 둘 다 옳은 의견이지만 아무래도 우리나라의 대표적 유적 가운데 하나인 첨성대를 둘러싼 트리조명은 틀림없이 과하다.
 경주의 야간 경관조명은 전국적으로 모범적인 것이었다. 특히 월성의 가장자리 비탈을 비춘 은은한 조명은 야간에 바라보는 문화재를 더욱 고고하게 만든 대표적 사례로 칭송을 들어왔다. 거기에 동궁과 월지의 야간 조명은 경주의 야간 관광의 트렌드를 바꿔 놓을 만큼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다. 그리고 첨성대의 야간 조명도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을 만큼 매우 점잖은 쪽에 속했다. 그 조명으로 야간에 바라보는 첨성대가 고대 신라시대의 천문대의 신비로움이 더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물론 첨성대의 트리조명은 대중적으로 관심을 끌 수 있다. 겨울철 을씨년스러운 주변 경관을 화사하고 눈에 띄게 함으로써 경주의 문화관광자원이 집약된 지역의 분위기를 새롭게 전환하는 효과도 가져올 수 있다. 그러나 기존의 첨성대 조명은 강한 LED 트리조명에 의해 사라져 버렸다. 첨성대가 가진 고유한 개성이 홀연히 자취를 감췄다는 말이다.
 도심의 화려한 일루미네이션이 경주의 밤을 훼손하지는 않았다. 물론 일부 신시가지의 조명은 다소 현란하지만 도시 전체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그래서 천년 고도다운 품격을 유지할 수 있었다.
 첨성대 주변 트리경관은 마치 갓 쓰고 자전거 타는 격이다. 지금 당장 걷어낼 수 없다면 내년부터는 이런 어설픈 조명은 없애야 한다. 대중적인 기호에 아첨할 이유가 없다. 경주는 경주다워야 하며 그래야 세계적인 도시의 품격을 가진다. 얼른 보기에 좋다고 덜커덕 장식을 하는 일은 유아적 취향이다.
 다시 말하지만 첨성대 트리조명은 '옥의 티'다. 천년고도의 우아한 밤을 기대하고 경주를 찾은 외지인들은 도심의 백화점 광장에서나 볼 수 있는 트리조명에 놀랄 것이다. 하늘의 별을 보기 위해 만든 첨성대에서 별이 사라져 버린 이 언밸런스에 대해 경주시는 빠른 결단을 내려야 한다.
경북신문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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