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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커(遊客)를 기다리는 경주, 잠시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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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신문 작성일16-05-15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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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서울 반포한강공원 달빛광장에서는 진풍경이 일어났다. 축구장 3배 크기의 공원에 테이블 400개가 마련됐고 삼계탕 4천인분과 맥주 4천캔이 올랐다. 중국 기업인 중마이과학발전유한공사 우수사원으로 뽑힌 임직원 8000명을 위해 마련됐다. 이들은 지난 5일부터 13일까지 포상휴가로 한국을 방문했다. 중마이 직원들은 삼계탕을 먹으면서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서 주인공 유시진 대위가 끓였던 음식을 드디어 먹어 본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지난 3월 인천에서 중국인 관광객 3천여 명이 치맥 파티를 연 이후 다시 반복된 유커(遊客)들의 기가막힌 모습니다.
 이 행사는 서울시 마이스팀이 맡아서 치렀다. 서울시는 "국제회의 등에 참석했다가 관광까지 겸하고 돌아가는 관광객들은 일반 관광객보다 소비율이 1.7배 높다고 알려졌다"고 설명했다. 이 모양을 두고 두 가지의 의견이 나뉜다. 하나는 '음식 한류의 쾌거'라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반면 다른 하나는 '과잉접대의 굴욕'이라는 것이다. 한국을 찾은 유커들은 2005년 71만명에서 지난해 598만명으로 8배 넘게 늘었다.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들 중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한다. 현재 중국의 해외 여행자는 1억2천만명 정도지만 2018년에는 1억7천만명 수준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장한다. 그 중 한국을 찾는 관광객을 늘려나가겠다는 것이 정부와 각 지자체의 계획이다.
 그러나 유커를 경제적 차원에서 벗어나 상호 교류적인 시선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중국인 관광객들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생각은 '쇼핑 관광'에 집중돼 있다. 그러므로 유커들이 늘어나면 막힌 경제가 돌파구를 찾을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중국인 관광객들이 명품을 사들인 돈이 무려 142조원이고 전세계 글로벌 사치품 소비의 46%를 차지한다는 통계가 있으니 그런 기대도 무리는 아니다.
 물론 이 기대가 잘못된 것만 아니다. 좋은 제품을 생산해서 많이 팔고 중국인 관광객들의 만족도가 높다면 이것 또한 국익이다. 굳이 우리 교유의 것을 고집해서 기념품 쇼핑센터에 전통적인 것들만 늘여놓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 중국인 관광객들의 수준은 낮다. 유럽이나 동남아시아를 뒤덮은 중국인 관광객들은 그곳에서 온갖 사회적 문제를 야기한다. 관광 목적으로 입국했다가 슬그머니 사라져 불법 체류를 하는 문제는 일부분이다. 떼거리로 몰려다니면서 공중도덕을 무시하고 소란을 피우는 것은 유커들의 전매특허다. 눈앞의 이익을 위해 이들을 무절제하게 수용하는 것은 장기적인 차원에서 본다면 분명히 재고돼야 할 과제다. 예컨대 중국인 관광객들이 싹쓸이하는 생필품들 때문에 물가가 상승하고 임대료가 폭등한 홍콩의 예가 우리에게 먼 나라의 얘기만은 아니다.
 경주도 유커들의 방문을 내심 기대하고 있다. 수천명이 한꺼번에 경주에 몰려와 치맥 파티나 삼계탕 파티를 벌여줄 것을 기대한다. 그러나 아무런 준비 없이 이들을 받아들였다가 겪을 사회적 혼란을 미리 대비해야 한다. 그들이 던지는 외화만 중요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경북신문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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