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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순 백발천사가 기부한 손은 거북이 등과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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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신문 작성일16-12-05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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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연시다. 해마다 반복되는 이 시기가 되면 생각하는 바가 더욱 많아진다. 직장인은 연말에 승진을 할 까, 아니면 인사이동에 따른 불안감과 초조함이 앞선다. 사업가는 연초 목표 매출을 올렸는 지 등 직군에 따라 한해를 결산한다. 특히, 12월은 사회적으로 소외된 계층이나 불우시설에 대한 온정의 손길이 잇따른다. 하지만, 올해는 불우시설이나 저변층에 대한 지원이 예전보다 상당히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유는 김영란 법 등의 개시도 한 몫을 하겠지만, 장기간 경기불황의 여파 때문일 것이다. 또한 정국 불안으로 온 국민들의 시각은 청와대로 향하고 있기에 우리네 불우이웃들에 대한 관심이 더욱 소흘해지지 않을 까 하는 마음도 든다. 때문에 소외계층은 추운 날씨에도 혹시 방문을 여는 소리를 기대하지 않을 까 라는 추측을 해 본다.
 그렇지만, 보통사람들이 할 수 없는 선행이 경북 청도지역 시골마을에서 일어났다. 지난 달 30일 오전 청도군 금천면 소재 금천중·고등학교에 팔순이 지난 '노파'가 방문했다. 이 학교는 청도군 소재지에서 운문사로 가는 쪽에 위치한 시골학교다. 학생수는 중·고생 모두 합해야 170여 명인 공립학교다.
 이 날 오전 11시께 학교를 불쑥 방문한 할머니는 대뜸 자기앞 수표 2매(1천700만원)을 김상봉 교장에게 전하면서 한 말은 "학생들 장학금으로 써달라"는 말 뿐이었다. 사전 접촉도 없이 학교를 방문했고,인적사항도 밝히지 않은 이 노파는 모든 것을 일체 비밀로 해 달라는 간곡한 요청뿐이었다고 한다. 당황한 김 교장이 그녀에게 기부동기를 묻자 "평생 나물과 채소를 팔아  모은 돈이다"고 하면서 횅하니 자리를 떴다는 것이다. 김 교장 말에 따르면 백발인 할머니의 손은 거북이 등과 같고, 이마에 주름은 팔순이 넘도록 살아온 흔적이 역력히 보였다고 했다.
 이 노파가 왜 학교에 거액을 기부한 배경은 알 수 도 없다. "알지도, 묻지도 말아라" 한  할머니의 뜻은 무엇일까. 아무리 재력을 가져도 선뜻 기부나 헌금을 이란 '선행'을 하기는 어려운 것이 인생사다. 더욱이 대부분의 기업이나 재력가들의 기부는 '대가성'이나 '목적'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단 5분만에 평생 흙을 만지면서 모은 돈을 장학금으로 기부하는 용단을 내렸고, 앞서 어떤 심정으로 결정했을까 하는 궁금뿐이다.
 통상 기부 행위자를 보면 지자체던, 불우시설이던 기부를 하면서 기념촬영 등 생색내기용 일색이다. 그러나 이름도 묻지말고, 나이도, 주소도 묻지 말고, 이 돈을 학생들이 훌륭하게 자라고 열심히 공부하는데 뒷 돈으로 쓰라고 하면서 총총히 발걸음을 뛴 할머니가 간 곳은 병원이었다. 참 훌륭한 할머니다. 할머니의 용단과 선행이 이 시대의 '아름다운 촛불'이지 않겠나 한다.
경북신문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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