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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신라비, 복제보다 제자리 찾는 일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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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신문 작성일17-01-18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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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제264호 포항 냉수리 신라비와 국보 제318호 포항 중성리 신라비가 복제돼 전시된다. 포항시는 8천만원의 예산으로 중성리비 2개와 냉수리비 1개 등 모두 3개의 '복제비'를 만들어 오는 3월께부터 포항시청사 2층과 영일민속박물관에 전시할 계획이다. 
 냉수리 신라비는 1989년 4월 포항시 북구 신광면 냉수리에서 밭갈이를 하던 중 발견돼 국보로 지정됐다. 이 비문에는 중국 문서에서 발견되는 신라의 옛 국명인 사라(斯羅)가 최초로 나오고, 또 최초로 임금(지증왕)의 본명이 '지도로'라는 이름으로 나타났으며, 훼부(喙部)·사훼부(沙喙部) 등 신라의 옛 지명과 아간지(阿干支)·나마(奈麻) 등의 관등 명이 나타나 신라 상대(上代) 연구의 귀중한 자료로 평가돼 국보로 지정됐다.
 중성리 신라비는 2012년 도로 개설 공사 과정에서 우연히 발견돼 국보 제318호로 지정된 우리나라에서 현존하는 신라시대 최고의 비석이다. 이 비는 통일신라 이전 신라 시대의 심미의식과 초기 신라 서예사를 밝히는 데 획기적인 자료이다.
 포항의 대표적인 문화재인 양 국보의 복제 전시는 냉수리 신라비의 경우 외곽에 위치해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또 중성리 신라비의 경우 경주문화재연구소 수장고에 보관돼 실물을 볼 수 없다는 이유 등으로 복제를 결정했다. 하지만 포항시의 이같은 복제 결정은 한마디로 근시안적인 문화재 행정의 표본이다. 문화재는 출토되거나 발견된 위치에 그대로 보존·복원하는 것이 최선이다. 만약 이것이 현장 여건상 불가능하거나 보존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될 경우에는 박물관으로 옮겨와 전시하는 것이 통례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접근성이 다소 떨어져 불편하다는 이유로 이를 아무 거리낌 없이 복제한다면 문화재 본래의 가치훼손은 물론 보존정신에도 위배된다.
 이에 포항시는 복제보다는 양 국보의 제자리 찾기 운동을 우선 벌여야 한다. 먼저 냉수리 신라비의 경우 현 신광면사무소 내에서 원래 발견지점인 신광면 냉수리로 옮겨 제대로 된 보호시설을 만들어 일반에 공개해야 한다. 또한 중성리 신라비의 경우에도 문화재청과 협의를 거쳐 경주문화재연구소 수장고에서 원래 발견지점 인근으로 역시 보호시설을 만들어 옮기는 것이 최선이다. 만약 이러한 일에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행정절차상 어려움이 있다면 이때 복제품을 제작하는 것이 옳다. 이럴 경우에도 복제품은 시청 청사가 아니라 발견현장에 세워 교육 및 관광용으로 활용하는 것이 순리다.
 포항시는 문화재복제를 쉽게 결정할 일이 아니다. 문화재 복제는 짝퉁 문화재를 양산해 문화재 본래의 가치를 훼손하며 가짜문화재를 유통시키는 등 또 다른 문제를 낳는다. 포항시는 복제품 제작 예산을 차라리 양 문화재의 제자리 찾기 노력에 사용하는 것이 옳다.
경북신문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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