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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문화의 거리 변신에 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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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신문 작성일17-03-29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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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시가 봉황로 문화의 거리를 새롭게 꾸몄다. 봉황과 금관을 소재로 한 디자인 벽화와 야관 경관조명을 설치한 분수를 새단장 했다. 경주시는 이 같은 조치로 문화의 거리가 활력을 되찾으면서 인근의 신라대종과 더불어 많은 관광객을 시내 상권으로 유입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앞으로 이 거리를 역사와 문화, 쇼핑과 관광을 함께 체험할 수 있는 테마형 거리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한다. 지금의 모습에서 스토리텔링, 프리마켓, 버스킹 공연 등 관광 콘텐츠의 내실을 다져 나간다는 방침이다.
 경주시의 이러한 노력은 원도심 상권 활성화를 위해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여러 가지 놓친 부분이 있다. 문화의 거리는 당초 문화와 관련된 콘텐츠로 채워져야 한다. 이를테면 문화 관련 산업이 집적화되고 그것과 연계한 대규모 문화시설이 함께 있어줘야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거기에 문화 관련 산업이 집중하기 위해 지자체에서 예산을 투입해 심사를 거치고 지원을 해야 한다. 일정부분 임대료와 수선비를 지원해 문화의 거리에 입주할 수 있는 길을 터줘야 효율적이다.
 그리고 거리 디자인, 소위 그래피티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 천년고도이기 때문에 반드시 경주의 정체성을 담아내야 한다는 원칙은 없다. 또 그래피티가 단순한 디자인이 아니라 예술적 가치가 있는 작업으로 진행돼야 문화의 거리에 또 하나의 콘텐츠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프라하의 '존레논의 벽'은 당초 평화를 소재로 부른 '이메이진'이라는 노래를 동유럽 민주화 운동과 연관해 존레논의 얼굴을 그린 벽에 젊은 여행자들이 스프레이나 붓으로 낙서를 하기 시작해 유럽의 대표적인 그래피티로 정착이 됐다.
 경주나 우리나라 각 도시의 그래피티는 전문가들이 "대부분 실패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아마추어들이 그린 그림은 오히려 또 다른 시각 공해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차라리 시멘트벽이나 남루한 담장을 그대로 놔두는 것이 더 나을 뻔했다는 주장이다. 그만큼 도시 디자인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그리고 도시의 야간 조명도 매우 중요하다. 조명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도시의 밤 풍경이 달라진다. 밝고 화사한 느낌만 준다고 해서 성공한 조명이 아니다. 경주의 정체성과 그 거리의 테마와 걸맞을 때 성공한 조명설계다. 그만큼 도시 디자인은 어려운 작업이다. 더구나 테마형 거리를 꾸미는 일은 더 어렵다.
 경주시의 의욕적인 노력에는 찬사를 보낸다. 그러나 그 노력이 헛된 노력이 되지 않으려면 그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더 많은 조언을 구하고 의견을 물어야 한다. 그리고 더 많은 성공한 도시의 예를 살펴서 경주의 성격에 맞게 적용해야 할 것이다.
경북신문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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