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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거미술관으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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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신문 작성일17-05-15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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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은 단순한 전시나 작품 소장의 역할만 하지 않는다. 미술관이 가지는 고유의 기능 외에도 교육, 관광, 쇼핑, 컨벤션, 인접 예술의 발전을 위한 기능도 겸한다. 그래서 새로운 미술관들은 시내 한가운데 지어 접근성을 용이하게 하고 장르도 파괴된다. 미술관은 단순히 '미술관'의 위상을 넘어 한 도시의 문화예술적 층위를 높이는 존재다.
 경주는 문화역사도시를 표방하면서 아직 제대로 된 미술관을 갖추지 못했다. 최근 세계문화엑스포장에 솔거미술관을 개관하면서 경주도 제대로 된 미술관 하나를 가졌다고 안심하고 있다. 크게 잘못된 착각이다. 솔거미술관은 현대 미술관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시설도 시설이지만 그곳을 찾아가기에 너무 힘들다. 단순하게 세계문화엑스포의 한 부속건물이라면 할 말이 없지만 경주를 대표하는 미술관이라고 말하기에는 지나치게 엉뚱하다.
 솔거미술관이 어디에 있는지 아는 경주시민은 드물다. 관심이 있는 전문가들이야 알겠지만 대부분의 시민들은 그 존재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엑스포장에 들어가서도 한 귀퉁이에 까마득하게 숨어 있는 솔거미술관을 찾는 것은 별도의 안내가 없으면 힘들다. 접근성에서부터 한계를 드러냈다. 또 규모도 전시 외에는 별다른 다른 행사를 펼칠 수 없을 정도로 좁다. 경주를 대표하는 미술관이라고 하기에는 정말 왜소하다.
 박수근 전시가 열리고 있는 지난 주말에도 그곳을 찾는 이들이 드물었다. 홍보가 덜 됐거나 미술관의 위치를 파악하지 못한 이유도 있다. 또 경주시민들이나 보문단지를 찾는 관광객들의 문화적 수준이 낮다고 말한다고 해도 변명할 수 없는 입장이다. 물론 그런 이유도 있겠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미술관의 위치와 위상의 문제다.
 솔거미술관으로 만족해서는 안 된다. 경주는 글로벌 도시를 표방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미술관 하나가 없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미술관은 시내 한가운데 어느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에 세워져야 한다. 건축물부터 경주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예술작품으로 지어야 한다. 수백억, 수천억원의 예산이 투입되겠지만 그 이상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지금부터라도 경주 현대미술관 건립에 집중해야 한다.
 예산 타령만 해서도 안 된다. 국립미술관으로 짓는다면 예산도 크게 신경 쓸 일이 아니다. 대한민국 정신문화의 역사적 본향인 경주에 국립미술관이 들어서지 못하리라는 것은 난센스다.
 대한민국의 문화적 저력을 세계에 널리 알리려면 경주에 현대미술관을 짓는 것은 당위성이 있다. 경주의 도시 정체성에 맞는 미술관 건립이 시급하다.
경북신문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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