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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순종 어가길` 역사 왜곡 논란 왜 자초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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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신문 작성일17-05-28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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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종 어가길 조성사업'이 역사 왜곡 논란에 휘말리고 있다. 대구시 중구는 2013년 순종어가길 조성사업을 시작해 지난달 말 마무리했다. 국토해양부의 '도시활력증진지역 개발 공모 사업'에 선정돼 시작된 이 사업에는 국비와 지방비 등 모두 70억원이 투입됐다.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제인 순종이 1909년 전국 순행을 떠나 대구를 처음 방문한 것을 모티브로 한 것이다.
 순종이 다녀간 대구 북성로에 쌈지공원을 만들고, 민족지사 양성소였던 우현서루 터와 국채보상운동의 발원지인 광문사 터에도 공원을 꾸몄다. 걷기 좋도록 주변 환경을 개선했고 거리 갤러리를 조성하는 등 역사성을 복원해 관광 활성화에 기여한다는 취지가 반영됐다.
 이에 대해 대구의 역사학자들은 이 사업이 한국 근대사에 대한 몰이해에서 시작됐다고 비판하고 있다. 순종 황제는 1909년 1월 7일 대구를 시작으로 마산과 부산 등 남부 도시를 5일간 돌았다. 역사학자들이 역사왜곡이라고 반발하고 나선 것은 이 순행이 순종의 자의적 결정이 아니었다는데 있다. 조선통감인 이토 히로부미가 순행을 강요했는데, 그 목적은 독립을 지키려는 조선 의병들의 투쟁을 억누르고 일제에 순종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었다.
 뿐만 아니라  순종은 부산항에서 일제의 제2함대 기함 아즈마에, 마산항에서는 일본 기함 가토리에 승선해 메이지 일왕에게 축배를 들었다. 한마디로 대한제국 황제 순종의 대구 순행은 일제에 굴복한 비극적이고 굴욕적인 어가행렬이었던 것이 역사학자들의 주장이다.
 대구시는 이제부터라도 역사학자들의 비판에 귀 기우려야 한다. 일제의 속셈을 알고서도 따라나설 수밖에 없었던 순종의 처지를 생각한다면, 수십억원의 세금으로 조성해 관광 상품화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지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해야 한다.
 대구시가 '다크 투어리즘'(역사교훈여행) 운운하는 것도 어불성설(語不成說)이요, 궁색한 변명이다. '순종을 꼭두각시로 내세운 행차'를 교훈으로 삼기 위해서는 외관상 드러나는 사실 몇 배의 설명이 있어야 가능하다. 또한 스쳐 지나가는 어가행렬에서 굴욕적인 역사교훈을 찾기 보다는 오히려 들춰내지 않고 내버려 두는 것이 더 교육적이다.
 대구시는 지금이라도 이 사업을 전면백지화하고 시설물을 다른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도 관이 나서 스스로 역사왜곡 논란을 일으키는 사업 추진은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이런 사업일수록 사전에 관련 단체나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보는 일은 필수다.
경북신문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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