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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황리단길 유명세 계속 이어나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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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신문 작성일17-06-26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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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트리피케이션은 낙후됐던 구도심이 번성해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이 몰리면서 임대료가 오르고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을 이르는 용어다. 최근 우리나라의 낙후됐던 구도심들은 도시재생이라는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 지가가 급상승하는 추세를 보였고 그곳을 찾아 작은 카페나 식당을 운영하려는 영세상인들은 치솟는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포기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 경우를 통제할만한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것이 큰 문제다.
 경주의 황리단길은 사정로 일대의 신흥 카페밀집지역을 말한다. 1km 남짓되는 이 길은 그동안 낡은 점포와 점집, 거의 폐업상태인 홍등가들이 밀집해 있어 거의 버려진 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주변의 민가들은 한옥들이었지만 주거 이외에는 아무런 효용가치가 없어 재산권 행사가 묶인 상태였다. 그러다가 1년 사이 큰길을 따라 하나 둘 카페가 생기고 경주를 찾는 여행자들이 이 길을 찾으면서 유명세를 타게 됐다. SNS를 통해 이 길에 대한 입소문이 퍼지자 경주의 새로운 명물거리가 된 것이다.
 황리단길은 인근의 대릉원과 동부사적지, 아무렇게나 수십년간 방치된 한옥들 사이에 세련되고 젊은이 취향의 카페들이 생뚱맞게 등장했다는 점에서 이목을 끌만하다. 누가 봐도 여행지에서 이런 분위기를 찾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이 지역의 일부 임대료가 최근 폭등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사실이라면 기존에 이 곳에서 작은 가게를 운영하던 영세 상인들에겐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다른 지역과 달리 황리단길에서만은 전형적인 젠트리피케이션의 부작용이 없기를 바란다.
 경주의 관광산업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황리단길의 번성은 바람직하다. 여행자들이 마땅히 찾을만한 곳이 없던 경주에 예쁘고 세련된 분위기의 쉼터가 다양하게 존재한다는 것은 어느 누구도 부정적으로 평가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 하나를 놓치고 있다. 수십년간 싼 임대료를 내며 영세한 생업을 꾸려왔던 상인들이 치솟는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일들만은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뚜렷하지 않다. 최소한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의 국가에서 재산 가치의 변동을 강제하거나 막을 길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 이 길이 카페 일변도나 여행자 편의시설 일변도로 바뀌게 된다면 지금의 황리단길이 가지고 있는 묘한 분위기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느냐는 문제도 깊이 있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황리단길에 등장하는 카페나 편의시설보다 훨씬 더 세련되고 아름다운 곳은 국내 여러 곳에 존재한다. 관광객들에게 명소로 떠오르고 있는 황리단길이 이해당사자들의 윈윈속에 그 명성을 계속 이어가길 바란다.
경북신문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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