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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북천, 고향의 강으로 제대로 정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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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신문 작성일17-07-18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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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문명은 강을 끼고 발전했다. 세계 주요 도시는 어김없이 넓고 풍부한 수량의 강을 끼고 있다. 농경사회로 접어들면서 한 도시의 생성 조건에 강이 가지는 몫은 그만큼 컸다. 강은 도시의 경제적 산물의 자양분이 되기도 했지만 그 도시민들의 정신적 고향 역할도 했다. 그래서 어느 도시든 대표적인 강을 가꾸고 보존하는데 심혈을 기울인다.
 경주시는 북천을 '고향의 강'으로 명명하며 정비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 사업이 시작된 것은 2012년부터지만 5년이 넘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의 사업은 주로 하천 주변의 콘크리트 조형물과 아스콘 보행로 설치 등에 집중했다. 이 사업에 투입되는 예산은 국가예산을 포함해 모두 244억원이다.
 경주시가 추진하고 있는 이 사업의 원래 목적은 국가 하천의 수질개선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흘러온 사업의 성과를 두고 볼 때 자연형 하천으로 복원하자는 원래의 취지에서 벗어나 조경 중심의 토목공사에 매달리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경주시의 입장은 이왕 벌인 사업이라면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북천을 활용하고, 그러려면 시민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생각은 크게 잘못된 생각이다. 하천은 원래의 모양으로 그냥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세계의 유명 하천에 인공적 가공이 들어간 곳은 거의 없다. 유럽의 무수한 강들은 그 흐름을 그대로 뒀으며 강변에는 최소한의 시설물만 갖다 놨다. 우리나라처럼 하천 둔치를 뒤집어엎고 꽃밭으로 만들거나 자연스럽게 구불구불 형성된 하천 주변길에 우레탄 자전거길을 만든 예는 없다. 강이 주는 생명력을 차단하려는 인간의 간섭은 훗날 반드시 후회하게 된다.
 대표적인 예가 울산의 태화강 대공원이다. 우선 보기에는 화려하고 편리한 것 같지만 자연미는 어디로 사라졌는지 찾아볼 수 없다. 사람의 손으로 강의 흐름을 통제하고 강이 만들어 둔 둔치에 잔디밭과 화단을 만들어 뒀으니 가시적인 성과야 두드러지겠지만 강이 가지는 본연의 매력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 버렸다.
 더구나 경주 북천의 하천 복원 사업은 '고향의 강' 정비사업이라고 하지 않는가. 고향의 강이라는 의미는 과거 친환경적인 본연의 모습으로 강을 복원하고 수질개선만 이뤄놓겠다는 의지를 포함한다. 그래서 경주사람들이 이 강을 보고 유년을 떠올리며 추억에 잠기게 하겠다는 목적을 가져야 한다. 거기에 중언부언 이상한 조형물이나 콘크리트, 아스콘 등 현대문명의 잡동사니를 덧붙이면 '고향의 강'이 아니라 '외계의 강'이 될지도 모른다. 비워야 아름답다는 겸손의 미덕을 깨우치기 바란다.
경북신문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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