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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성 전 비서관의 90도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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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신문 작성일17-09-19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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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의 문고리 3인방 가운데 제1부속실장을 지낸 정호성 전 비서관이 박 전 대통령의 법정에 증인으로 출두해 취한 행동에 국민들의 의견이 엇갈린다. 증언을 거부하고 자신이 모시던 대통령에게 90도로 허리굽혀 인사를 한 정 전 비서관의 행동과 박근혜 본인, 유영하 변호사 등이 눈물을 보였다는 소식에 연민의 정을 느끼는 국민이 있는가하면 끝까지 국정농단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려는 이들의 후안무치한 행동에 격분한 국민들도 있다.
 수의를 입고 법정에 들어선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앉아 있는 피고인석을 향해 90도로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증인석에 오른 정 전 비서관은 "오랫동안 모신 대통령이 재판을 받는 참담한 자리에서 어떤 말을 할 수 있겠느냐"며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 증언을 거부하겠다"고 했다.
 정 전 비서관은 대통령의 말씀 자료와 연설문 등을 최순실에게 전달한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확인됐었다. 이에 대해 정 전 비서관은 "대통령은 전혀 모르는 일"이라며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있는 통치행위"라고 말했다. 결국 대통령이 알고 있었든 몰랐든 국정농단은 있었다는 점을 시인했고 일련의 국정농단 관련 사건이 '통치행위'라고 말함으로써 새로운 논란거리를 제공했다.
 물론 국민들이 이 상황에서 느끼는 지난 정부의 국정농단에 대한 평가는 자유다. 그리고 객관적 판단은 훗날 역사가 내릴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왕조시대도 아닌 시대에 모시던 주군을 향해 법정에서 90도 인사를 한 정 전 비서관의 '충성'은 아무래도 보기 불편했다. 그들의 달디 단 보고에 의해 박 전 대통령의 눈과 귀는 가려졌고 지금의 상황에까지 이르렀던 것이다.
 그들은 검찰 수사 과정에서 자신들이 저지른 불법 국정농단에 대해 대부분 시인했고 그것으로부터 출발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죄목은 뇌물 수수, 직권 남용 등 모두 18가지에 이르렀다. 문고리를 쥐고 있던 3인방이 전횡에 지난 정권은 놀아났고 박 전 대통령의 통치행위는 국민들의 기대에서 멀어져갔다.
 이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법적 심판도 가까워졌다. 국민들은 최근 우리가 직면한 안보위기와 정치적 난맥상, 좀처럼 풀리지 않는 경제해법으로 지난 정권의 불법 국정농단에 대한 분노가 희석되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지난 역사에 매달려야 할 이유는 없지만 다시는 이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청산하고 가야할 것은 분명히 정리하고 넘어가야 한다. 한 비서관의 어처구니없는 행동에 자칫 판단의 기준이 흔들리는 것을 우려한다.
경북신문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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