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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걷기 열풍은 고단한 현대인의 쉼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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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신문 작성일17-10-19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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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에서 흥미로운 일이 일어나고 있다. 바로 천년고도 맨발걷기 운동이다. 일부 교사 등을 중심으로 시작한 맨발걷기 운동은 지금 학생과 학부모, 지역 사회 전체로 번져가고 있다. 지난 달 27일 '맨발학교' 권택한 교장이 근화여고 운동장에서 지역의 교사와 학생, 일반 주민들을 상대로 맨발 걷기 보급에 나섰다. 권 교장은 대구교대 교육연수원장 겸 평생교육원장이며 맨발걷기 전도사라는 명칭을 얻고 있다.
 경주에서 맨발걷기 운동이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월성중학교였다. 이 학교의 손호영 교사가 맨발걷기 경주지회장을 맡았다. 그리고 이 학교의 학생들도 선생님이 맨발로 걷는 모습을 따라했고 운동장을 맨발로 걸으며 사제지간의 소통을 했다. 손호영 교사는 "최근 경주 지역 각급 학교에서 맨발걷기 바람이 불기 시작해 태권도장, 기타 동호회로 확산하고 있다"고 했다.
 맨발로 걷는다는 것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인류가 신발을 신기 시작하면서 발과의 전쟁이 시작됐다고 한다. 그리고 발은 인체의 모든 신경계와 연결이 돼 있어 발을 자유롭게 놓아둠으로써 건강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이다.
 권택한 맨발학교 교장은 "어릴 때만 하더라도 자폐나 정서행동 장애아가 거의 없었다. 흙을 밟을 수 있었던 '맨발의 힘' 때문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또 "흙 길을 맨발로 걷는 것은 신이 인간에게 내린 기본적이자 최고의 축복"이라고도 했다.
 권 교장은 자신이 체험한 일도 소개했다. 맨발로 걷기 시작한 지 보름이 지나자 몸이 반응했고 안구건조증이 사라졌다고 했다. 흙 주위에서는 자폐와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아토피 학생이 줄었다는 연구결과도 발표했다.
 천년고도 경주에서 맨발로 걷는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아직 흙길이 다른 도시보다 많이 남아 있는 경주이므로 건강을 지킨다는 의미에 천년고도의 정취를 고스란히 몸으로 느낀다는 의미를 더한다. 온몸에 문명의 흔적을 휘감고 사는 사람들이 하나 둘 자연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시도는 선진국에서부터 이어지고 있다. 물론 지나친 자연주의자들의 일부 행각이 현대 도덕적 가치와 배치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하지만 결국은 자연과 가장 가까이 갔을 때 인류의 모든 재앙이 사라진다는 원칙에는 부정하는 사람이 많이 않을 것이다.
 경주에서 불붙기 시작하는 맨발걷기 열풍은 바람직한 사회현상이다. 고단하고 팍팍한 현대인의 생활에 또 하나의 쉼표가 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경북신문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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