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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민주주의, 정치의 볼모가 돼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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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신문 작성일17-10-23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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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적인 정권교체를 이뤄낸 촛불집회 1주년을 앞두고 다시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지고 있다. 보수·진보 두 진영으로 나뉜 시민들은 첨예하게 엇갈린 요구를 들고 나와 광장 민주주의의 본래 취지를 흐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보수 진영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석방을 촉구하며 보수 재건을 노리고 있고 진보진영은 차제에 이명박 전 대통령까지 구속해 확실한 적폐청산을 이루자는 주장을 하고 있다. 지난해 추운 겨울 거리를 메운 시민들의 촛불이 유례를 찾을 수 없는 평화적인 시민혁명으로 이어진 순수성이 자칫 훼손될까 우려가 된다.
 촛불집회 1주년을 맞는 28일은 양 진영에서 대규모 집회를 예고하고 있다. 태극기와 촛불이 광장에서 맞붙을 기세다. 우선 보수진영은 조원진 의원의 대한애국당이 당원 총동원령을 내린 상태고 여기에 자유한국당 내 친박의원들도 최근 박 전 대통령 출당이라는 당의 결정에 반발해 세력 결집에 나설 것이 뻔하다.
 민주당 의원들도 진보진영의 집회에 개별적인 참가를 고려하고 있어 정치가 광장으로 뛰쳐나가 장외전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민주당은 촛불집회 1주년을 맞아 지난해 시민혁명의 기세를 몰아 적폐청산의 고삐를 한껏 강하게 죄겠다는 복안인 모양이다.
 새 정부가 출범하고 아직 정치적으로 안정을 찾지 못한다면 북핵 위협과 경제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 낼 것인지 한심하기만 하다. 국민들은 정치권의 기세잡기에 볼모로 잡혀 불안과 고통에서 허덕이고 있다는 사실을 그들은 직시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정치 불신'은 가중되는 것이다. 정치권이 스스로 소통하지 못하면서 국민들을 거리로 내몰고 그 뒤에 숨어 자신들의 주장을 내세운다면 차라리 그 자리에서 내려오는 것이 바람직하다.
 청와대와 국회, 여당과 야당의 대화는 순간순간 좌절되고 극한 의견의 대립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지난 대선때 모든 후보자들이 내걸었던 협치의 원칙은 종적을 감췄다. 대의민주주의는 사라지고 이제 광장의 직접민주주의에 매달리려 한다.
 광장으로 나올 태극기와 촛불 또한 서로의 입장만 내세울 뿐 대화와 이해는 불가능할 것이 명약관화하다. 극한 대립으로 치달을 경우 민민 갈등까지 불거져 심각한 상황에 이를 수도 있다. 민주주의는 대화를 통해 최대공약수를 도출해 나가는 과정이 중요하다. 서로의 주장만 거칠게 늘여놓는다면 우리의 미래는 암담하다. 보수도 진보도 모두 우리 국민이다. 우리 국민 공동체가 희망찬 미래를 열어나가기 위해 정치인들의 이해타산 성취를 위한 볼모가 돼서는 안 된다.
경북신문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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