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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릉원 돌담길 시가거리 향가로 걸었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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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신문 작성일17-11-15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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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대릉원 돌담길이 시를 읽고 감상할 수 있는 시가(詩歌)의 거리로 조성된다. 경주시는 기존 동궁과월지, 첨성대, 동부사적지 꽃단지, 교촌마을 등 대표적인 관광 코스와 황리단길, 봉황프리마켓, 신라대종 등 떠오르는 도심 관광콘텐츠를 연계하는 새로운 명소로 대릉원 돌담길을 시(詩)가 있는 문화의 거리로 조성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이다. 여기에는 경주를 대표하는 시인인 박목월의 '나그네'와 김동리의 '갈대밭'을 비롯해 서정주 '국화옆에서', 서정주 '푸르른 날', 김소월 '진달래 꽃' 등 우리나라 대표하는 시인의 작품들과 괴테 '연인의 곁에서', 로버트 프로스트 '눈 오는 저녁 숲가에 서서', 폴 엘뤼아르 '그리고 미소를' 등 세계적 작가의 작품이 선보일 예정이다.
 경주시는 지난 9월부터 경주문인협회의 자문을 얻어 전시할 시가 30여 편을 선정했다. 현판 제작과 경관조명 설치가 끝나는 다음 달 초에는 드디어 시가의 거리가 완성된다. 월성과 첨성대 일원 동부사적지와 시가지를 연결하는 대릉원 돌담길은 봉황대와 신라대종 종각 맞은편의 대릉원을 마주보고 왼쪽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이 길은 벚꽃 개화기 때 전국 최고의 꽃놀이 길로 각광받는 곳이며 사시사철 호젓한 산책길로 전국의 어느 곳보다 아름다운 곳이다. 이 돌담길을 시를 읽으며 걸을 수 있다면 금상첨화가 된다. 인터넷과 모바일의 환경이 문화환경을 지배하고 시가 일상에서 떠나버린 지 오랜 시점에 경주시의 이런 시도는 바람직하다.
 경주는 대한민국 시문학의 발원지다. 향가가 바로 그것이다. 현존하는 향가는 그 자체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문화자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민들은 현존하는 향가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다. 그런 까닭에 경주시의 이번 시도에 아쉬움이 남는다. 현대 시문학을 접할 기회는 많다 하더라도 향가는 누군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홍보하지 않는다면 그 존재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처지다.
 대릉원 돌담길에 향가를 현대적으로 해석하고 전시해 두는 계획을 세웠더라면 우리 시문학의 역사와 우수성을 알리는 교육적 효과도 거뒀을 것이다. 결정된 사항을 바꿀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주기적으로 작품을 바꾸는 계기가 마련된다면 다음에는 반드시 우리의 향가문학을 알리는 전시장으로 활용해야 한다.
경북신문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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