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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코로나19가 삼킨 정월 대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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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북신문 작성일21-02-25 19:21 조회5,90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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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오곡밥을 먹고 풍년을 구가하는 정월대보름이다. 정월대보름은 옛 부터 작은설 이라고도 불리 울 정도로 큰 명절이다. 이날은 마을을 지켜온 당 나무 아래에서 마을의 한 해 축원을 비는 마을제사를 올린다.
   당 고사에 선발된 제관들은 며칠 전 부터 몸을 청결하게 하고 외출을 삼가하고 부정이 타지 않게 근신한다. 제를 올리기 전에 소나무가지로 만든 신채와 좋은 물로 잡신을 물리친다. 마을을 지키는 수백 년 된 느티나무 아래서 지내는 당 고사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건강이 좋지 않은 이를 위해서는 건강을 축원하고, 넉넉하지 않은 이를 위해서는 재물이 많이 들어올 수 있도록 축원하며, 자식을 바라는 이를 위해서는 삼신할미가 자식을 점지해 주도록 축원한다.
   그렇게 마을에 사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사정을 알고, 그들의 한 해 바람에 맞는 축원을 하며  마을 대표한 제주는 소지를 올린다. 한 해의 시작인 설을 지나 첫 번째로 맞는 정월대보름은 그득한 한 해의 첫 번째 보름달을 맞이하는 날인만큼 모두가 넉넉하다.
   특히 정월대보름날 아침에 밥상에 오른 오곡밥은 주식으로 사용되는 쌀, 보리, 콩, 조, 기장 등 다섯 가지 주요곡물이다. 대보름 절식 풍습으로는 오곡밥과 귀밝이 술을 즐겨왔다.
   다섯 가지 곡식이 오행의 기운을 일으켜 풍년을 부른다고 믿어 서민사회에서는 오곡밥을, 사대부집에서는 약밥을 시루에 쪄서 먹어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산 뽕잎 순, 아주까리나물, 다래 순, 취나물, 시금치 등 묵은 나물을 먹으면 더위를 먹지 않는다는 속설에 따라 오곡밥과 곁들여 즐겼다.
   부럼 깨기는 땅콩, 밤, 호두, 잣 등을 깨무는 것으로 부럼을 깨물 때 '딱' 소리에 액운이 물러간다고 생각하여 한 해 동안 무사태평을 기원하는 의미가 담겨있는 풍습이다. 귀밝이술을 정월대보름에 마시면 귀가 밝아지고 귓병을 막아주며 1년간 좋은 소식 듣기를 기원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 옛 노경사회시절 농 점으로 달집 태우기 지신밟기, 쥐불놀이, 윷놀이 등 많은 토속적 민속놀이가 많았으나 시대의 변화에 따라 근래에는 명분만 유지한 채 거의 사라진 상태다.
   세시풍속인 쥐불놀이와 횃불싸움은 보름달아래 즐기는 불놀이다. 대보름날 행사에 빼놓을 가농작행사인 보리타작도 근대까지 농촌어린이들이 즐겼다. 세시놀이가 정월에 집중된 것은 2월부터는 농사에 전념해야 하므로 그밖에 달은 놀이가 그다지 성하지 않다.
   하지만 세시풍속도 저 출산에다 농촌지역 공동화 현상으로 사라져가고 있다. 더욱이 코로나19 유행병으로 명맥을 유지해온 달집 태우기 마저 줄줄이 취소 됐다. 행사가 중단된 청도 달집 태우기가 대표적이다.
   대구 경북지역 광역단체와 기초자치단체는 코로나19로 정월대보름 행사를 모두 취소했다. 민속놀이 취소는 대목을 노린 상인들에게 타격이 컸다. 상인들은 수요가 없어 식품은 모두 버려야 할 판이다. 코로나가 삼킨 정월대보름 전통시장은 찾는 사람들은 없고 다래 순·취나물·피마자·고사리만 소쿠리에 한가득 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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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출처 : 경북신문 (www.kbs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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