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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지방 소도시 성범죄… 여성들 참는 경우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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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현 작성일20-09-28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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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신문=지우현기자] 지방 소도시에서 발생한 성범죄가 학연과 지연으로 뭉친 폐쇄적인 지역사회 특성 상 가해자의 신상공개나 처벌까지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최근 'n번방' 사건과 '조두순 만기 출소' 등 여론이 성범죄에 대해 촉각을 세우고 있지만 정작 지방에서는 쉬쉬하는 분위기다. 최근 한 지인이 평소 알고 지냈던 아버지뻘되는 페이스북 친구와 술을 마시던 중 성희롱을 당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경북 영주시 원당로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페이스북 친구가 지인과 지인의 친구를 초대한 자리에서 성희롱에 버금가는 온갖 욕설과 협박을 했다는 것이다.

며칠 전 친구들과 안 좋은 일이 있었던 터라 평소 친근하게 대해준 페이스북 친구의 조언으로 힘을 얻으려 했던 지인은 이제는 그 누구도 못믿겠다며 치를 떨었다. 그렇다고 경찰에 신고를 할 수도 없었다고 했다. 누구보다 지역사회의 특성을 잘 알고 있기에 뚜렷한 물증이 없으면 신고를 해도 금새 풀려난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역 소도시에 거주하는 상당 수 여성들이 성범죄와 관련해 심각한 인체적·물질적 피해를 입지 않는 한 스스로 삭히는 경우가 많다.
형사정책연구 중 지역사회의 특성이 범죄피해 신고결정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면 지역사회의 생태학적 특성은 범죄패하자의 신고결정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알기 쉽게 설명하면 폐쇄적인 곳일 수록 서로 연결되는 지인들이 많아 자신에게 미칠 피해를 우려해 신고를 꺼려하게 된다는 것이다. 최근 언론 등에서 잇따라 보도한 '염전 노예', '사찰 노예' 등도 이 같은 배경을 뒷받침한다. 수십년간의 노예생활이 버젓이 이뤄질 수 있었던 배경에 지역주민과 경찰관들의 침묵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확인되면서 폐쇄적인 지역사회의 문제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폐쇄적인 지역사회는 결국 우물 속의 개구리와도 같다. 눈을 감고 있는 이상 지역 발전은 기대하기 힘들다. 더욱이 최근 사회의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성범죄까지도 경중에 따라 신고 여부가 달라지는 폐쇄적인 지역사회라면 과연 누가 오고 싶을까. 대도시와 소도시 간의 벌어지는 문화 차이는 어쩌면 시민들 스스로가 만들어 가는 건 아닌지 되짚어 봐야 한다.
지우현   uhyeon6529@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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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출처 : 경북신문 (www.kbs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