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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희 인류문명사]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피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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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TRA 밀라노 무역관장,… 작성일21-03-17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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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OTRA 밀라노 무역관장, 세종대학교 대우교수 홍익희18세기 항구 도시 나폴리에는 수많은 빈민들이 모여 들었다. 아침 일찍 일 나가는 날 아침이나 점심 식사로 노점에서 파는 피자를 사먹었다. 어부들도 배를 타러 나가기 전 피자로 허기를 채웠고, 이들을 위한 어부 피자(pizza marinara)가 생겨났다. 당시의 피자는 오늘날과 같이 매력적인 패스트푸드가 아니라, 집안에 변변한 조리 시설이 없어서 그저 한 끼를 때우기 위해 사 먹어야 하는 초라한 노점 식사였다.
   이처럼 나폴리의 빈민 음식으로 탄생된 피자는, 기본적으로 둥글납작한 빵 위에 간단한 양념을 얹은 것이었다. 가장 저렴한 피자는 빵 위에 마늘과 소금, 라드라고 불리는 돼지기름 조각 등을 올린 것인데, 빵과 토핑들이 모두 하얀색이라 화이트 피자(pizza bianca)라 불렸다. 오늘날 피자 하면 떠오르는 토마토 소스 토핑 역시도 나폴리에서 최초로 등장했다. 피자에 토마토와 더불어 모차렐라 치즈가 토핑으로 올라가면서 한층 맛이 좋아진 것이다. 그것이 나중에 저 유명한 마르게리타 피자(pizza margherita)의 시초이다.
   이렇게 치즈는 18세기 후반부터 피자에 본격적으로 사용되었다. 피자가 이탈리아의 국민음식이 되는 데는 한 상징적인 사건이 있었다. 1889년 나폴리를 방문한 사보이 왕가의 움베르토 왕과 마르게리타 왕비는 고향인 프랑스 요리에 질려 진정한 이탈리아 요리를 원했다. 때문에 시민들은 이들에게 바칠 특별한 음식들을 준비했다. 그 결과 중의 하나가 토마토와 모차렐라, 바질을 얹어 초록, 하양, 빨강으로 된 이탈리아의 국기를 상징하는 훌륭한 피자였다.
   본디 피자는 제대로 굽기 위해서는 나무를 때는 오븐이 필요했다. 이 때문에 집에서 만들기보다는, 주로 사먹는 요리였다. 오히려 오븐만 있다면 굽기는 얼마 걸리지 않아, 미리 손질해 놓은 반죽과 다른 재료들을 손쉽게 올려 빠르게 만들어내는 것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세계 최초의 '패스트푸드'인 셈이다. 흔히들 피체리아(pizzeria)라고 불리는 화덕을 갖춘 최초의 피자전문점은 1830년 나폴리에 문을 연 '포르트 알바(Port' Alba)'로, 지금도 성업 중이다. 이러한 상품성 덕분에 19세기 나폴리 거리에는 피자노점상이 흔했다.
   피자의 세계화에는 미국의 역할이 컸다. 19세기 후반 나폴리, 시칠리아 등 남부 이탈리아인들이 미국으로 대거 이주했다. 이렇게 이주한 이들이 모여 살던 뉴욕, 보스턴 등 북동부 대도시들에 피자집이 생겨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미국 최초의 피자 전문점은 1905년 맨해튼 스프링가에서 문을 연 '롬바르디'였다. 초기의 단골손님들은 피자로 향수를 달래고픈 이탈리아 이민자들이었다. 하지만 이민자들 외에도 2차 대전 후 이탈리아 전선에서 싸우고 돌아온 전역병사들에 의해 피자가 알려지면서, 피자는 본격적으로 널리 퍼지기 시작했다.
   이 새로운 소비층은 미국뿐 아니라 이탈리아의 피자 역사까지 바꿔놓았다. 이탈리아를 찾은 미국인 관광객들이 피자를 찾았기 때문이다. 이들의 요구, 즉 자본주의적 수요에 맞춰 피자집이 이탈리아 전국에 들어섰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로마, 밀라노, 피렌체 등 북부 지역 사람들도 피자를 알게 됐다.
   우리나라는 1945년 미군들에 의해 소개된 것이 피자와의 첫 만남이었다. 그 후, 대중들에게 피자라는 이름을 최초로 선보인 곳은 1967년 6월 30일자 '동아일보'지의 기사였다. '제 6대 대통령 취임식 국빈 대접에 피자 파이가 포함되어 있다'는 내용이다. 물론 그 당시에는 경제사정이 썩 좋지 못해 대중화에는 실패했다. 피자가 본격적으로 한국에서의 대중화에 시동을 건 것은 경제성장 이후의 일이다. 1980년 전후로 피자는 서양음식의 대표주자로 알려져 주로 경양식당에서 판매되었다. 1984년에 최초의 이탈리아형 피자집 '피자가게'가 문을 열었으며 이듬해 피자헛이 점포를 열면서 본격적인 대중화의 길이 열렸다.
   피자는 나라와 인종을 가리지 않고 가장 인기 있는 대중음식이다. 이탈리아 남부의 가난한 사람들이 먹던 한 끼 식사가 젊은이들 사이에 시대적 아이콘이 되었다. 피자가 세계인이 즐겨먹는 음식으로의 변신할 수 있었던 요인은 바로 '변화무쌍함'이다.
   반죽 위에 토핑을 올려 불에 굽는 단순한 조리법 덕에, 만드는 사람이 좋아하는 식재료로 입맛 따라 쉽게 바꿀 수 있다. 크기나 두께도 다르게 만들기가 쉬워서 아이스크림처럼 한 손에 쥐고 먹는 피자 콘이나 파이 형태의 떠먹는 피자 등으로도 금세 변형이 가능하다. 시대와 지역을 막론하고 대중들이 사랑하는 모습으로 탈바꿈하는 피자는 마음만은 변치 않는 최고의 연인이다. 피자가 세계인에게 사랑받는 음식이 되는 과정은 차라리 한 편의 드라마다.
KOTRA 밀라노 무역관장,…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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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출처 : 경북신문 (www.kbs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