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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식 생활칼럼] 누군가에겐 아낌없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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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 김혜식 작성일21-04-15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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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필가 김혜식마음자락이 바짝 메말랐다. 돌이켜보니 우울함에 갇혀 지내온 일상 탓이다. 코로나 19가 창궐한 이후, 창살 없는 감옥이나 다름없는 삶의 연속이었다. 이로 인한 권태, 두려움, 불안감은 우울증까지 발병 시키는 병소病巢로 작용했다. 매사 의욕이 없었다. 안 그래도 평소 감성지수가 높은 성향인 터에 신경은 날로 예민해졌다. 밤이면 불면증에 시달렸다.

  시간이 흐를수록 코로나19의 피로감은 더했다. 연일 언론매체를 장식하는 코로나19 확진 자 수는 도무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사회적 거리를 의식하여 행동반경이 좁아졌다. 기껏해야 외출 장소가 동네 호숫가다. 그나마 다행이다. 밖에만 나가면 집 주변 호수 둘레 길을 산책할 수 있어서다. 호수 산책에서 우울증 치료의 효력을 얻고자 했다.

    하지만 한번 발병한 우울증은 풍광 좋은 주위 자연 환경도 별반 도움을 주지 못했다. 날이 갈수록 우  울감은 심각할 만큼 깊어 갔다. 어느 날  집안 정리를 하다가 누렇게 빛바랜 작은 그림 액자를 발견했다. 그것을 보자 나도 모르게 가슴으로 손이 갔다. 그동안 우울증이 불만으로 그득했던 마음 자락 때문이란 것을 깨닫는 순간이어서다.

  그림 속 부부는 들녘에 서 있다. 아침 일찍 밭에 나가 땀 흘려 일한 부부다. 일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멀리서 교회 종소리가 은은히 들려온다. 이 소리를 들은 부부는 두 손을 모아 감사 기도를 드린다. 프랑스 화가 밀레(1814-1875)가 1859년 완성한 ‘만종晩鐘(55.5⨉66cm 오르세 미술관 소장) 에 담긴 모습이다.

    이 그림을 바라보노라니 전과 달리 깊은 감흥이 가슴에서 갑자기 솟구쳤다. 무심코 지나쳤던 일에 감사한 마음이 슬그머니 고개를 든 것이다. 그러고 보니 날만 새면 따뜻한 햇살 속을 걸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가. 어디 이뿐이랴. 아름다운 꽃을 볼 수 있는 눈이 있잖은가. 청아한 새소리, 감미로운 음악, 경쾌한 시냇물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귀 역시 건강하잖은가.

  밀레는 그림 ‘만종’을 통하여 사랑 및 노동, 신에 대한 감사(신앙)를 말하려고 했다. 그림 속 부부는 건강해서 일할 수 있고 또한 그 보람에 감사해 하고 있는 모습이다. 인생 성화聖畫라 칭해도 손색없을 그림 ‘만종’이다. 이 그림은 다시금 자신을 성찰케 한다.

  코로나 19로 말미암아 이즈막 두려움과 공포로 감사한 마음을 지닐 겨를이 없었던 게 솔직한 심경이다. 감사란 고마움을 나타내는 마음 아닌가. 인도의 시인 타고르(1861-1941)는 “감사의 분량이 곧 행복의 분량”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감사한 마음을 잃은 탓에 행복을 미처 느끼지 못한 듯하다. 이것을 깨우치자 생각을 전환하기로 결심했다. 이젠 범사에 감사한 마음을 지니고자 한 게 그것이다. 그림 한 점에서 체득한 좋은 교훈이 아니고 무엇이랴.

  언젠가 서울 영등포 역에서 일이다. 철도 역무원이 위험지역에서 있던 어린이를 구하려다가 열차에 치여 두 발을 잃는 사고가 났던 것을 기억한다. 이때 열차 승객으로 보이는 어린이 보호자를 찾았지만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어린 생명을, 그것도 자신의 귀한 자식을 구해준 은인 아니던가. 이 고마움은 평생을 머리털을 뽑아 그야말로 짚신을 삼아 주어도 다 못 갚을 은공이다.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고 귀한 생명을 위하여 몸을 던진 사람들을 살신성인殺身成仁이라 일컫잖은가. 이 아름다운 철도원 이야기가 많은 관심 속에 언론에 자주 오르내렸다. 그럼에도 그 아이 부모는 자신의 모습을 끝까지 숨겼다. 이는 그들 마음자락에 감사한 마음이 전혀 없어서인지도 모르겠다.

  2001년 1월 26일 일본 도쿄의 전철역에서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을 구하려다 희생한 유학생 이수현 씨다. 일본 국민들은 지금까지도 이수현 씨의 고마움을 잊지 않고 그 숭고한 넋을 기리고 있다. 독일 문호 괴테( 1749-1832)는, “가장 쓸 모 없는 인간은 감사를 모르는 인간이다”라고 말했다. 굳이 괴테의 언술을 빌리지 않아도 대다수 현대인들은 행복하지 못하다. 매사 감사를 모르거나 잊고 살아서다.    남에게 은혜를 입었을 때 고마운 마음을 가슴에 품을 수 있는 것은 인간만이 지닐 수 있는 특권이다. 세계 저명한 최고 경영자(CEO) 오십 명의 열 가지 특징을 다룬 토머스 j 네프가 지은 ‘COE 가 되는 길’이란 책이 있다. 이 책 속 내용을 살펴보면 성공한 사람들은 부정적인 생각보다 항상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감사한 마음을 지닌 공통점이 있다.

  감사할 줄 모르는 사람은 운도 저 멀리 달아난다. 사람은 사람에 의해 능력도, 인품도 인정받는다. 아무리 진심으로 상대방에게 배려하고 베풀어도 도통 고마움을 모르는 경우도 있다. 이런 사람에겐 더 이상 손을 내밀거나 잡아주고 싶지 않은 것은 인지상정이다. 소소한 일에도 감동을 하고 감사해 하는 사람에겐 무한정 지닌 것을 다 퍼 주어도 아깝지 않다. 이는 상대방의 인간다운 마음에 감동해서다. 무엇보다 베푸는 쪽이 오히려 행복 지수가 높아져서일 게다. 고마워하는 마음은 세태의 오류나 모순도 치유하는 묘약이다. 감사함이 결여되면 오염된 탁류로 인하여 병든 사회다. 사회악도 뿌리 뽑을 수 없다.
수필가 김혜식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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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출처 : 경북신문 (www.kbsm.net)